왜 우리는 남의 스캔들에 관심이 많을까? 나와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윤리적인 문제에 왜 내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도대체 내 안에 무엇이 있기에 신문을 봐도 다른 뉴스보다 남의 스캔들 뉴스에 가장 먼저 눈이 가고, 남들이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들을 향해 던지는 그 돌을 나도 똑같이 집어 일면식도 없는 그 사람을 향해 던지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나도 남들 틈 속에 끼어 스캔들 일으킨 자들을 욕하면서 느끼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과 그 욕망의 정체가 무엇일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라 키프니스 교수에 따르면 스캔들은 사회적·개인적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사회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스캔들은 분열된 사회를 일시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다고 한다. 스캔들을 일으킨 당사자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그 공공의 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돌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쌓여왔던 사회 안의 긴장감을 한순간에 푸는 정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가 허용해준 범주 안에서의 욕망을 넘어선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들을 낙인찍고 쫓아냄으로써 개개인이 욕망할 수 있는 그 경계선을 다시 한번 규정짓는 역할을 한다. 즉, 그 경계선 밖으로 삐져나온 자들을 처단함으로써 대중들을 다시 그 경계선 안으로 몰아넣고, 사회 시스템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상기시켜 주는 역할인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그런 이유라고 하더라도 그러면 개인들은 왜 스캔들에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키프니스 교수의 대답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가 스캔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돌을 던지는 이유는 우리 무의식 안엔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이 한 행동과 유사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란다. 쉽게 말하면 실은 나도 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 그것을 그 사람이 한 것이다. 내 안에 숨은, 돈에 대한, 권력에 대한, 성에 대한 욕망이 다른 사람을 통해 분출되었을 때, 그래서 그동안 사회가 개인들에게 강요해왔던 규정들이 깨져 나갔을 때 그것을 보는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속의 쾌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캔들을 일으킨 당사자가 사회적으로 덕망이 있는 정치가나 성직자인 경우엔 더 그렇다고 하는데, 왜냐하면 나보다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고 도덕적으로 더 깨끗해야 할 저들도 저러는데 하면서 내 안의 숨은 욕망에 대한 안도를 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런 개인의 욕망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과정을 심리학자들은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고 한다.
이런 투사적 동일시의 가장 유명한 예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스캔들을 물고 늘어지면서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탄핵까지 몰고 갔던 탄핵추진위원회 의원들을 나중에 조사해 보니까 절반 이상이 사실은 혼외정사의 경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비슷한 예로 동성애자들은 지옥에 간다고 강력하게 설교를 했던 미국 대형교회 목사가 알고 보니 본인 스스로가 동성애 매춘을 하고 마약까지 복용했던 스캔들이 있었다. 즉 누군가의 죄를 크게 물어 떠들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무의식 안에 본인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비슷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오늘 누군가를 향해 힘껏 돌을 던지고 싶은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간음한 저 여인을 먼저 돌로 치라”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
한겨레TV ‘Dear 청춘’ 혜민스님[화보] 여름을 기다리는 동심들 ‘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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