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6.17 19:11 수정 : 2012.06.17 20:14

금태섭 변호사

내곡동 사저 관련 의혹과 불법사찰 사건 수사 결과를 놓고 검찰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정치적 사건의 처리를 놓고 검찰이 비판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다. 속 시원하게 진상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주요 관련자들-내곡동 사저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는 전임 대통령실장 등-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 조사한 점에 대해서 특히 문제가 많이 제기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심해진 것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원인 분석.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검찰은 권력의 중심부를 겨누는 수사를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때 김현철씨에 대한 수사, 국민의 정부 당시 김홍업, 김홍걸씨에 대한 수사가 그랬고 참여정부 막판에도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검찰의 공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언론은 살아 있는 권력은 못 건드리고 힘이 빠져가는 대상만 수사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정권 말기가 되어야 비리 정보가 드러나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반박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대선이 6개월 남은 시점에서 관련자들을 부르지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문제가 되는 사건을 깊이 조사하다 보면 대통령 자신에게까지 의혹이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들은 설사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기는 어려운 사안들이었다. 가족이나 측근이 전횡을 휘둘렀다고 해도 청와대의 감독 부실이 문제가 될지언정 대통령 자신이 그 실상을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은 없었다. 그런데 사저 관련 의혹이나 불법사찰 사건은 범죄 혐의가 있고 없고를 떠나 대통령과의 관련을 비켜갈 수가 없다.

내곡동 사건에서 국가가 손해를 보고 이시형씨가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치자. 그 내용을 시형씨만 알고 이명박 대통령은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검찰도 “납득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했던 관봉 5000만원의 출처를 비롯해서 사찰 관련자에게 수억원이 지급된 경위를 캐기 위해서 대통령실장을 추궁하면서 그 돈의 지출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설사 법적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밝힐 수 있는 데까지 진상을 밝혀놓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조사를 중간에 멈춘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고, 검찰 출신 인사들이 책임 있는 사람이 정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뒤처리를 맡겨서 법조계까지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1995년 검찰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면죄부를 안겨주었다가 결론을 뒤집고 기소를 해서 사형 구형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불기소 결정을 했던 검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움직였던 것인데 검찰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방어 논리에 막혔다. 그러나 그 후 그 사건은 대한민국 검찰 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남게 되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의 조사를 중간에 멈춘 이번 수사도 검찰의 역사에 대단히 현명하거나 자랑스러운 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