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27 19:21
수정 : 2012.06.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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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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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3% 안팎에 불과한 그리스를 연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나온 책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15명의 필자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개인도 나라도 자신을 지키는 궁극적 안보는 복지와 평화라고 말하고 있다.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보편복지의 시민의식은 사회적 연대의 정치문화와 상통하거니와, 보편복지를 위한 보편증세나 북한 어린이를 돕는 국가적 지원 프로그램이 모두 당장에는 일방적인 ‘퍼주기’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그것이 개인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나 자신을 지키는 안보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촌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네트워크로 연결된 오늘날, 국가연합의 경우는 어떨까. 유럽연합의 경우 당장은 최대 채권국 독일이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에 “퍼주기”를 하는 듯 보일 테지만 그 길이 실인즉 그리스뿐 아니라 독일도 오래 잘사는 길일 듯싶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가져올 전이효과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가입과 달리 유로존 탈퇴의 공식규정이 없어 절차가 복잡하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절차적 비용과 외교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설사 유로존을 탈퇴하여 예전의 자국 통화 드라크마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조업과 수출산업이 변변치 않은 그리스로서는 산업경쟁력 회복 효과보다 오히려 환율 평가절하에 따른 수입물가 급증, 유로화 표시 채무의 디폴트 증가, 무역금융 붕괴 등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리라. 유로존에 잔류해도 구제금융의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기침체, 실업률 증가, 임금삭감 등 사회경제 불안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복지지출 증가가 이런 진퇴양난의 원인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소리도 들리지만,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성장과 안정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독일 등에 비해 훨씬 낮다. 또 그리스인들은 게으르지 않아서 노동시간도 독일은 물론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길다.
다만, 유로존 가입 이후 외국인 자본 유입 등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임금이 인상되는 동안 독일은 임금인상을 억제하여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독일 국민들의 구제금융 반대를 이해할 만은 하다. 심지어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대학살이라는 원죄의 인질이 되어 있다고 자조한다니까.
그럼에도 책임있는 재정정책을 집행할 통일된 중앙정부 없이 단일통화 유로를 만들어 통합유럽의 헤게모니를 구사하고자 했던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가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로 남유럽 국가들에서 이들 국가로 부가 이전되었다는 원망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는 유로화 사용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넘어진 희생자를 우선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정치도의를 차치하고, 유로존 경제가 튼튼해야 독일의 번영도 지속가능하다. 우리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을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가 떠안거니와,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의 부실로 타격을 입은 텍사스주가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회생한 바 있는 미국에서는 최근에도 주택 거품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플로리다주에 연방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달러존’은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 아니라 미분절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 되지 않았을까.
금융통합, 재정통합 등을 논의하며 단일통화의 고통스러운 제도보완 과정을 거치고 있는 유로존, 더불어 행복한 지름길을 찾아야 하리라.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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