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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1 19:11 수정 : 2012.07.01 19:11

권영숙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일본에서 6월29일 대규모 반원전 시위가 벌어졌다. 근데 한국에서 일본의 반원전 시위를 보면서 부럽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문제의식이 없으니. 그리고 심지어 일본에서 배워라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저리 반핵시위에 나서니. 근데 난 “일본에게 배워라”라는 말 같은 것을 이 경우에 쓰는 것은 무색한 듯하다. 그리고 특히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던지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다.

그 나라,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고 그 방사성 물질이 자기네 나라를 뒤덮고도 남아 전지구를 휘감고 있어도 이제야 서서히 저만큼 움직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야 불이 붙기 시작한 저들의 반핵시위는 만시지탄이라고 본다. 더불어 현재의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자기보호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일본인들이 자국민의 피해를 고발하고 자국에서의 원전 가동 중단 요구를 넘어서, 일본의 무분별한 원전 개발과 심지어 핵무기 개발을 의도하며 엄청난 농축 방사성 물질을 저장고에 두다 터진 이 사고로 전지구인이 앞으로 수십년, 대대손손 받을 방사능 피해까지 비판하고, 일본국에 책임을 촉구하고, 자기 나라를 대신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런 말 따위, “일본에게 배울” 것은 없다고 본다.

사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껏 일본 정부가 저지른 끔찍한 ‘죄’는 전쟁범죄 못지않다. 그리고 그런 정부 밑에서 제대로 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일성이 이리도 미약한 이 나라, 그리고 심지어 원전 사고의 규모까지 부정하는, 나아가 외부의 문제제기를 불쾌히 여기는 저 나라의 지성과 양심에 대해 난 질려 버렸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피해는 가시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피해만이 아니라 전지구적 피해일 것이다.(사이언스 인사이더(AP통신 인용)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저장량은 1760t으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의 10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 얼마가 토양으로 대기로 바닷물로 유출되었는지, 그 유출은 멈추었는지 여전히 모호하다.)

일본 국가는 2차대전의 전범 처리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최근 한국에서 전쟁위안부 문제를 기억하며 만든 박물관과 기념물에 대한 일본 극우파의 원정 ‘말뚝박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뒤처리 과정으로 전쟁범죄 때보다 더 씻을 수 없는 전지구적 피해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리고 일본의 지식인들이 여기에 대해 심각한 사과를 전달하거나 주변국들의 피해 규명과 보상 대책을 말한 적 없다. 저 나라는 일단, 그리고 저 나라 국민들은 일단 자기반성을 더욱 가열차게 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일본대사관 앞에 경비 서는 경찰이 있었지만 극우파를 제어하지 않았다(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하려다 ‘국민적 공분’ 앞에서 체결을 연기했다. 도대체 이 나라의 국시는 무엇인가, 국민이 맞는가. 그래서 우리는 이 사태와 관련해 ‘국가’의 성격을 질문해야 한다. 이는 한-일 간 민족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성격, 국가의 지위, 국가의 의무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즉 용산참사 때 보이는 ‘국가’의 폭력이나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서 보이는 ‘국가’는 같은 문제, 즉 대한민국 국가는 국민을 그리고 나아가 약자를 위한 국가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니 이 지점에서 종미니 종일이니 말하는 것은, 때아닌 애국가 충성논쟁만큼 뜬금없다. 종북에 대해 종미 혹은 종일로 맞서는 것 역시 ‘민족주의’로 국가의 문제, 국가에 대한 요구의 문제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권영숙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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