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1 18:55
수정 : 2012.08.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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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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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오심 여부가 논란이 되어 팬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선수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참여한 인류의 제전에서 오심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러나 심판도 인간인지라 관찰력과 판단력에 한계가 있다. 만일 심판이 그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적으로 오판이라 해도 수긍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심판이 권한이 있는 것을 기화로 부당한 판정을 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나아가서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심판들과 모의하여 조직적으로 그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그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므로 지나치게 한가한 망상인가. 그렇지 않다. 스포츠의 세계가 아닌 실제적인 사회를 돌아보면, 온 국민이 올림픽 열기에 달아오른 대한민국에서 수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이제 면역될 만큼 면역되었지만, 그 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너무 어이가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에 계속하여 당하는 형국이랄까.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은진수씨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엠비(MB)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3분의 1 이상의 형기를 경과하여야 한다”는 법률상 가석방의 조건을 형식적으로는 충족했다. 하지만 사실상 ‘권력형 탈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의 석방에 공감할 사람은 없다. 형식적으로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제시되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법의 정신’에 테러를 가하는 일이 ‘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엠비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법치를 경시하고 측근을 챙기는가에 관하여 몇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엠비의 ‘공정한 법치에 대한 무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지난 몇년을 살펴보면, 엠비는 “국민은 법을 지켜야 하지만, 자신은 필요하면 법을 초월할 수 있다”는 대단히 편의적인 규범의식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른 하나는 ‘지독한 보은정신’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는 신상필벌에 관하여 매우 일관된 행적을 보이고 있는데, 문제는 “자신에게 얼마나 충성했는가”라는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설명은 그렇게 무리해서라도 배려하지 않으면, 이 정부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배려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폭로당할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최고권력기관이 자신들과 연관된 범죄자의 입을 막으려 돈을 준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없는 설명이다. 우리를 지금 통치하고 있는 권력의 수준은 삼류 조폭영화의 줄거리 수준인 것이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어 누구도 관심이 없는 엠비정부에 대해 더 말해보았자 입만 아프다. 이제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다음 정부다. 혹시 대통령이 엠비에서 박근혜씨로 바뀌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는가. 그러한 어이없는 판단을 하는 국민들은 혹시 박근혜씨가 엠비정부의 매우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오심에 책임이 없다고 믿는 걸까. 박근혜씨는 이 정부의 기획자는 아닐지언정 사태를 막을 충분한 힘이 있는데도 방치한 방조범이다. 5·16에 대한 발언에서 드러난, 규범을 경시하는 그의 성향에 비추어 본다면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일 수도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한 것’만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이 정부의 퇴행을 막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였고 무슨 말을 하였는가. 도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선거운동 이외에 그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말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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