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22 19:21
수정 : 2012.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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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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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 협회 내 불협화음, 한국 축구의 그늘은 여전히 과제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팀워크의 경쟁력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일전에서 박주영과 구자철의 골은 완벽한 패스, 깔끔한 문전처리의 통쾌한 전범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영국단일팀과의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기성용 선수가 환호하며 달려가는 모습은 10년 전인 2002년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당시 주장이던 홍명보 선수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고 달려가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장면이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안팎이듯이 대표팀의 체격조건, 국제무대에서의 자신있는 매너, 거침없는 깊은 태클, 심지어 잘생긴 얼굴까지, 이제 선진국과 겨뤄도 모든 면에서 대체로 손색이 없다. 그래도 개인기로 따지자면 영국단일팀이나 브라질팀의 현란한 개인기를 우리 선수들과 맞비교하기는 아직 이르다. 선수들의 몸값만 하더라도 영국단일팀이나 브라질팀의 선수 몸값을 합친 것이 한국의 10배가 넘는다던가. 우리 팀 선수들 전체 몸값이 브라질의 주전 공격수 다미앙 한 사람의 몸값도 안 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자, 그 대단한 팀들을 상대로 한국이 동메달을 따낸 비결이 무엇일까. 외국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주어진 병역문제 해결의 인센티브를 승인의 하나로 꼽고 그 필사적인 승부욕을 비아냥대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쨌거나 올림픽정신은 아마추어들의 스포츠정신에 있으니까. 즐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여기서도 성적지상주의, 너무 승부에만 집착한다는 일부의 이야기도 올림픽을 돌아보는 지금쯤은 생각해볼 만도 하다.
국내에서도 선수들의 병역특례에 대해서는 지나친 특혜라는 반대 의견과 해외에서 외화연봉 많이 벌게 하고 대신 세금 많이 내게 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때마침 대선국면과 맞물려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자거나 둘을 절충하되 병역 대신 농사일 복무, 일손 모자라는 3D업종 중소기업 근무 등으로 대체복무를 늘리자는 등 여러 가지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분단 한국의 특성상 예민하기 그지없는 병역문제, 차제에 “신성한 국방의무”가 어떻게 해야 진정 신성하고 정의로울지 따져봤으면 좋겠다.
다른 한편에서는 스타군단 축구 강호들을 제압한 비결을 홍명보 축구의 팀워크, 각자의 개인기를 조율하여 팀 전체에 맞추는 그 팀워크의 경쟁력에서 찾고 있다. 아마도 병역면제라는 집단적 인센티브가 팀워크를 강화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했을 수도 있겠다. 팀워크란 사실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이기적인 개체들이 자신의 그 이기적 동기를 위해 발동하는 이타적 배려, 혹은 네트워크의 조율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10년 전 당시 대한축구협회에서 월드컵 4강 진출의 포상금을 선수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했을 때 당시 대표팀 홍명보 주장은 “후보선수들까지 포함해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다시 한번 “영원한 리베로”의 명성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 사기를 북돋웠고, 논란은 많지만 선수들로서는 첨예한 관심사인 병역특례와 관련하여 한일전 승리가 굳어진 후반전 막판에 마지막까지 후보로 남아 있던 김기희 선수까지 기용하여 대표팀 선수 모두의 병역특례를 확보해주는 팀워크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지도부도 없이 불특정 다수가 모여 연대를 외치는 각국의 촛불집회 역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연대에 나서는 네트워크의 정신이 아닐는지. 세계화, 지구촌이라는 말들도 결국은 이기적이기에 이타적일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사회를 표상하는 것이리라.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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