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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27 19:14 수정 : 2012.08.27 19:14

윤석천 경제평론가

또 문을 닫았다. 두 달 전엔 부대찌개 집이 없어지더니, 최근엔 낙지 요리를 맛나게 하던 곳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폐업한 상점들이 참 많다. 휴대폰을 팔던 가게도, 의류를 취급하던 점포도 어느샌가 셔터를 내렸다. 신산스런 세월이다.

그런데도 자영업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늘기만 한다. 장사가 안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꾸역꾸역 밀려든다. 무엇이 사람들을 자영업으로 밀어내는 걸까. 복권을 사는 심정과 비슷하다면 과장일까. 대부분은 망하지만 그래도 간혹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는 그 절박한 희망이 이들을 밀어낸다. 아니다. 복권을 살 수밖에 없듯 그 길을 가지 않으면 그대로 고사한 고목처럼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들을 내모는 것이리라.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30년 동안 줄기는커녕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적어도 2011년 수준의 은퇴인구가 약 30년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 즉 1958년에서 1971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쉰을 넘기면서 줄줄이 은퇴한다. 매년 100만명씩 태어났으니 그 수를 가늠할 수 있다. 백세시대이니 쉰이면 청춘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놀 수는 없다. 써야 할 돈이 지천이라 그럴 수도 없다. 이들이 갈 곳은 뻔하다. 부풀 대로 부푼 자영업 시장뿐이다.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문을 연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영업자가 장사를 접는다. 한해 평균 60만개의 업소가 문을 열지만 58만개가 다시 닫는다. 하루 평균 1600개꼴이다. 이런 마당에 베이비붐 세대까지 새롭게 밀려든다. 미래의 자영업 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일 것이다.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양산해낼 것이다. 적어도 한해 평균 수십만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백만명이 자영업 전쟁에서 패해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한국은 각종 ‘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학생 푸어, 하우스 푸어에 이어 이젠 자영업 푸어다. 저소득층, 나아가 빈민층이 늘어나는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중산층이 붕괴되니 경제가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뿐만 아니다. 경제의 기초가 허물어지면 범죄, 정신병과 같은 사회병리현상도 더욱 심화된다. 중산층이 몰락하는 세상은 한층 흉포해진다. 이유는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가난이 인간을 더욱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중산층이란 달콤함을 맛본 이들에게 저소득층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은 말 그대로 지옥의 고통일 수밖에 없다. 이런 좌절감이 자살·범죄 등으로 표출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결론은 하나다. 자영업 문제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사고방식으론 이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성장과 일자리를 동일시하는 낡은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 현대의 성장은 더 이상 노동력의 승수가 아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배제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성장을 하더라도 오히려 일자리는 줄 수 있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소리는 기득권의 이익을 방호하는 수단일 뿐이다. 한국의 성장은 이미 임계치에 이른 상태다. 이런 현실에서 성장과 일자리를 동일시해서는 자영업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성장이 없어도 일자리는 늘릴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좋은 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년연장이 추진되어야 한다. 문제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머뭇거리는 순간 중산층은 궤멸한다. 중산층이 무너진 경제가 몰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경제의 내일은 없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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