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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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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어떤 특정한 ‘친구’ / 진중권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고압적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협박조였다는 것이다. 택시에 올라탄 후 행선지도 말하지 않고 일단 손짓으로 출발하라고 했다든지, 자양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지시했다든지, 택시기사의 증언은 꾸며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이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통화를 직접 운전을 하면서 했겠는가? 정준길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 사건이 불거지자 정준길은 갑자기 케케묵은 사진까지 꺼내들고 친한 척했다. 그런데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이 일에 관하여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것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보낸 문자라곤 단체 문자 두 건뿐이라고 한다. 총선 출마 전에 열린 출판기념회 모임 알리는 문자, 그리고 다음날 ‘성원해줘서 고맙다’는 문자. 한마디로 금태섭에게 정준길은 졸업 후엔 별로 얼굴 볼 일 없었던 동창이라는 얘기다. 정준길이 ‘친구’임을 강조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금태섭 변호사를 배덕자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대한민국 사회는 내부고발자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 못하다. ‘친구’ 사이임을 강조하면 ‘둘 사이의 통화를 공개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여론을 유도할 수 있다. 사건이 불거진 후 정준길은 일관되게 이런 전략을 구사했고, 보수언론에서는 그에 적극 화답했다. “친구까지 갈라놓다니. 정치가 뭔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통화의 내용이다. 그 자신의 말에 따르면 정준길은 “2002년 당시 (서울지검) 특수3부 한국산업은행 관련 조사했던 실무 검사였다.” 그때 그는 안철수 원장을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일이 불거지기 전에도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건과 관련하여 새로운 수사가 진행되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물론 후배 검사는 그런 일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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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 금태섭 정준길 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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