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13 19:13
수정 : 2012.11.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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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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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안철수-문재인 캠프는 곧 ‘새정치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어서 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두 캠프는 단일화 협상팀과 더불어 복지경제 정책팀과 외교안보 정책팀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새정치 선언’에 이어, 복지경제와 외교안보에서도 공동의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대’라는 기구도 구성한다고 한다.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나, 선거 승리를 위해 양쪽의 지지자를 모으는 틀이라는 것을 빼면 아직 기구의 성격은 모호하다. 그 외연이 양쪽의 지지자를 넘어 양대 노총과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것이라면, 그에 따른 정책 협의가 따로 진행되어야 한다.
선거 후 국민연대가 어떻게 변모할지는 미정이다. 아직까지는 정당의 지지자와 정당에 환멸을 느끼는 이들을 함께 담으려는 틀에 불과하다. 어떤 이들은 대선 후 신당 창당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그냥 그대로 연대기구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권 시 통치의 주체를 세우는 문제인 만큼 구체적인 상도 마련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단일화가 ‘야합’이라고 비난을 퍼부어대고 있다. 단일화가 모든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다 보니 견제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후보매수죄’ 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과거에 이미 두 번이나 했던 선거연합이 왜 이번에는 죄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단일화 앞에서 새누리당이 느끼는 두려움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단일화는 과거의 디제이피(DJP) 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와는 다르다. 성격이 다른 두 세력이 그저 집권을 위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두 후보가 공동의 가치를 위해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일화 과정 자체도 그 연대의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일화 자체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은 오래전에 깨졌다. 그 어떤 바람에도 세 후보의 지지율은 잠깐 출렁이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단일화 바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컨벤션 효과가 아니라, 단일화의 존재의미,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단일화에 관한 어느 토론회에서 ‘마그나카르타’라는 개념이 나온 모양이다. 두 후보가 발표할 정치·경제·외교의 정책을, 우리 사회를 바꿀 개혁의 대헌장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민은 아직 ‘정권교체’ 이외에 왜 단일후보를 찍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이유를 간결하게 정리해서 여당 후보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민생’이다. 이벤트 속에서 민생이 망각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단일화의 과정은 민생의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양 캠프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그것을 함께 국민에게 알려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일화는 그저 당신들만의 이벤트로 전락할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낼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단일화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가령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처럼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적극 참여할 ‘동기’를 제공해주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그밖에도 양 캠프가 같이할 수 있는 공동 캠페인을 개발해야 한다.
단일화 협상이 진행됨으로써 그동안 조마조마했던 양 캠프 지지자들의 심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그 심장을 다시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뛰게 만들자. 부디, 부디 아름다운 단일화가 되기를 바란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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