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09 19:16
수정 : 2012.12.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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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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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건에 태어나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은 대체로 인생 후반기까지도 평안한 삶을 누린다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반면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은 후반 인생까지도 고된 경우가 허다하다.
적어도 한국 사회가 2000년대 들어 양극화가 고착되기 전까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동안의 가정적 환경에 관계없이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아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해서는 사교육으로 일찍부터 앞서간 학생들을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1997년 경제위기 사태 이후 전반기 인생의 성공 혹은 실패와 관계없이 후반기 인생에서 누구나 실패하고 좌절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대기업과 은행,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국영기업체에서조차 정리해고된 수많은 가장들이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쓰나미의 희생양이 되었다. 전반기 인생의 성공은 이어지는 후반기 인생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제는 전반기 인생의 성공과 좌절에 관계없이 누구나 실패할 수 있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후반기 인생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이 실직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질병이나 사고다.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암과 같은 지병으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순간 안정적인 집안 경제는 금방 거덜나고 만다. 이제는 개인적 재난과 위험을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투신자살, 가족 동반자살 등의 소식은 사회적 재난이 이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 스웨덴 보수당 당수이자 총리인 프레드리크 라인펠트가 주장한 75살 정년퇴직과 40대 직업교육 지원은 인생3모작론의 필수가 된다고 보았다. 청소년들의 취업교육과 40~50대에 다시 재교육 투자를 통한 제2의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실을 국가가 해줄 수 있을 때 국민이 좌절의 늪, 소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다시 세수를 늘리고 사회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서도 복지와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데릭 복은 그의 저서 <행복의 정치>에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회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을수록 국민의 행복도는 높아지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도와 제도와 국가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다고 보았다.
인생3모작론의 요체는 국민들이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결국 개인의 행복권을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재취업교육 지원 사업, 직업알선 기능, 대학 재교육 지원 사업 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도 제2의 인생을 위해 40대에 다시 대학에서 새로운 전공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2의 인생에서 다시 성공할 수 있다면 3모작인 노후의 삶도 여유로울 수 있다.
국가를 경영할 사람들은 이제 국민들이 무엇으로 좌절하고 시름하며 자살로 내몰리는지 깊이 통찰해야 한다. 개인의 건강한 삶과 궁극적 행복감은 국가제도의 신뢰, 그리고 경제성장에도 필수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리라 본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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