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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23 19:18 수정 : 2012.12.23 20:24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두 개의 여론이 있다. 세상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마치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 미디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에스엔에스(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두 종류의 매체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순화하자면 종편까지 가세한 전통 미디어는 지금은 당선인이 된 박근혜 후보의 독무대나 다름없었고, 소셜 미디어는 문재인 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일부 전통 미디어는 소셜 미디어의 여론이 어리석다고 보도하고 싶어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이겼으니까 너희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겨놓고도 승자의 아량을 보이기는커녕 너희가 틀렸다고까지 말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도 우리 말만 들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말하고 싶어해도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전통 미디어는 이겼고, 소셜 미디어는 옳았다.

소셜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에 비해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편집권의 민주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정보를 노출할지 감출지, 강조할지 슬쩍 덮을지 결정할 수 없다. 한 시점에 멈춰놓고 보면 영향력이 큰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가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은 빠른 시간 안에 바뀐다. 편집권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의 문화방송(MBC), 그리고 지난 5년간 수없이 이어졌던 언론사 파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든 언론 파업의 공통된 요구는 편집권 민주화로 요약된다. 낙하산 사장이 편집권을 독점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추라는 것이다.

둘째, 집단지성 혹은 집단공감의 능력이다. 고의든 실수든 잘못된 정보가 알려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이 이루어진다. 사람이라면 인지상정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들에 대한 공감도 쉽게 이루어진다. 전통 미디어가 가진 지성은 기자 개인과 언론사라는 조직이 가진 지성이다. 한 개인이나 한 조직이 가진 지성치고는 탁월한 수준에 이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과 조직의 한계 안에 머문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국민통합을 외쳐왔다. 지역, 성별, 세대를 아우르겠다고 한다. 지금의 다짐처럼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서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여론 중에서 당선인은 어느 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전통 미디어의 편집권을 민주화하라는 요구에 귀 기울일 용의가 있을까. 아니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소셜 미디어에는 정말로 루머와 괴담이 판친다고 믿고 있을까. 그를 괴롭혀왔던 불통의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제 선거는 끝났고 더 이상 후보가 아니라 당선인이 되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여론을 지지와 반대로 단순하게 나눠서 보는 것은 선거 때로 충분하다. 두 여론의 질적 차이를 인정해야 할 때이다. 누구도 마음대로 왜곡할 수 없는 여론,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조금씩이나마 담긴 여론,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여론이 소셜 미디어에 있고, 그 여론은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 후보를 원했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일부 전통 미디어들이 소셜 미디어를 상대로 유포해온 온갖 비방과 루머들은 비록 선거에 도움이 되었다 할지라도 새 정부를 반쪽 정부로 만들 독배라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소셜 미디어는 옳았지만 이기지 못했다. 전통 미디어는 이겼지만 옳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다. 통합의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이길 필요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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