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4 19:10
수정 : 2012.12.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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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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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20일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분열과 갈등을 화해와 대탕평으로 끊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당선인 쪽 사람들은 인수위 구성이나 향후 인사에서 호남 출신을 기용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과 세대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서 그대로 둘 경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새 정부의 항로에도 큰 암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이 해야 할 더 중요한 탕평책이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불법부당한 국정운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그것을 비판하거나 고발하다가 해고되는 등 수난을 당해온 피해자들과 ‘의로운 소수자’들, 언론의 자유와 공정성을 외치다가 직장에서 내쫓긴 언론인들을 원직에 복직시키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희생당해 아직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6명의 용산참사 철거민들이나 이 엄동설한에 철탑과 천막에서 농성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 쌍용자동차 문제를 매듭짓는 일이다. 검찰의 나꼼수 수사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우선 이명박 정부 최대의 불법 행동인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와 증거인멸 양심증언자 장진수씨가 떠오른다. 이것은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도 있는 이명박 정부 최대의 스캔들이며 그 진상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언론자유, 보도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사장에게 대들거나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언론인은 17명에 이르고 징계를 받은 언론인만 5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지난 시절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걸었던 기자·피디들이 지금 국민의 입이 되어주지 못한 채 차가운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국민의 편에 섰다가 억울하게 희생되었기 때문에 나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들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서 탕평의 진의를 가늠하고자 한다. 그리고 박 당선인이 말하는 탕평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면 앞으로의 5년이 보일 것이다.
검찰과 언론을 정치도구화하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며 모든 공무원과 교사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 했던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국가 품격을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5일 발표한 201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4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순위는 2009년과 2010년 39위에서 지난해 43위로, 올해는 다시 45위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연속 추락했다. 한편 독일 베르텔스만 재단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정부 지수’에서도 2011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6위를 기록하여 2009년에 비해 두 단계 떨어졌다. 특히 이 지수 중 민주주의 지수는 29위로,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권력이 공익을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용감한 시민을 보복적으로 처벌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 5년간 나라의 위신이 이렇게 추락하고, 세대·지역·계층간 감정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그래서 눈가리기식, 임기응변식 탕평책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근혜의 승리라는 대선 결과가 곧 이명박 정부의 모든 불법·부정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역시 이명박 정부의 각종 의혹 사건, 불법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한 책임추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야당이 앞에서 언급한 불의의 피해자들을 끝까지 책임져 주는 것이 선거 후 낙담한 사람들의 기운을 다시 북돋우고 장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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