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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1 19:13 수정 : 2013.01.01 19:13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013년 새해다. 작년 한 해는 그야말로 정치의 해였고, 새해의 첫 발걸음은 그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대선 결과에 대한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그랬듯이, 이 결과가 필연적이었던 이유를 찾아내려는 목적론적 설명들이 넘친다. 인구 구성의 변화 때문에 장·노년층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 지역주의와 영남권의 많은 인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절망, 권위주의 산업화 시절의 향수에 빠진 국민들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물론 구조의 힘은, 때론 의지로 돌파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 모든 필연론은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선거, 그밖에 지난 몇년간의 여러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50대 연령층이, 영남권 인구가, 박정희 향수가 작년부터 급증했나? 필연론, 구조론은 오히려 문제에 대한 분명한 책임과 성찰을 가로막는다.

야권의 패배는 예정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고비마다 야권은 다를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면서 묻지마 단일화에 열중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경쟁은 좁은 정치개혁 이슈에 갇혀 민생경제와 안보 등 핵심 의제에서 주도권을 놓쳤다. 단일화 후에도 야권은 ‘닥치고 투표’만 외쳤다. 전략적 오류였나? 아니다. 전략은 주체를 전제한다. 흐름을 바꿀 주체가 없었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세력의 문제다.

야권연대와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정치혁신의 핵심은 정치의 실질적 내용에 관한 신뢰 회복에 있다는 것, 투표율 상승이 곧 야권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이미 여러 선거에서 검증된 바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조언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단지 낡은 것을 비난하고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것을 건설할 긍정적 힘의 부재였다. 그것을 이뤄낼 리더십과 정치세력, 명확한 이론과 노선의 결핍이었다.

현 상황은 새 정치를 갈구하는 시민층이 과거 어느 때보다 폭넓게 존재하되 이들의 의지를 응집할 정치세력이 부재한, 정치-시민 불일치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51.6%의 유효득표율, 또 전체 유권자 중 득표율(39.1%)은 1987년 이후 최고치다. 지금까지 기록 보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유효득표율(48.0%) 역시 역대 대선 중 최고 수준이며, 더구나 전체 유권자 중 문 후보의 득표율(36.4%)은 이제껏 최고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섰다.

지금 우리 사회의 세력균형은 범보수와 범진보의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일후보로서 박 당선인의 성과는 독보적이었지만, 역대 선거에서 범보수의 총득표율을 따져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전체 유권자 중 득표율을 따져봤을 때 범보수가 가장 넓었던 때는 1997년과 2007년이었다. 이번에 박 당선인은 그에 상당히 못 미쳤다. 반면 범진보의 경우, 문 후보는 1987년 양김 합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대·지역·가치에 따라 나뉘는 커다란 두 사회세력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나, 한국 사회의 미래는 많은 부분 20~40대 젊은 시민 다수가 지지하는 야권 정치의 혁신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야권은, 지난 5년처럼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세월을 보내선 안 될 것이다. 새살을 돋우고 키우는 다시 나기의 과정, 곧 새로운 세력의 탄생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때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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