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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0 21:47 수정 : 2013.01.20 21:47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최근 몇 주 동안 스웨덴 주요 일간신문에서는 한 군소정당의 사상논쟁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신이 농민당인 중앙당이 새로 추진하고 있는 정당강령의 개정 논쟁을 최대 일간신문이자 중도 계열인 <다겐스 뉘헤테르>와 보수지인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가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6년부터 다른 우익 3개 정당과 보수연정에 참가하고 있는 중앙당은 1913년 창당된 전통 있는 정당으로 1976년과 1982년 기간 동안 총리까지 배출했지만, 현재는 지지율이 의회 진출 최저득표율인 4% 아래로 추락했다. 1차산업 종사자들이 주된 지지층이었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로 새로운 지지층이 필요한 상황이다. 100년 전통 정당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당내 정강정책 논쟁에 일간신문들은 주목했다.

중앙당이 새로 추진하고 있는 정강정책은 국가의 역할은 최소로 줄이고 지역책임제를 위해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최소한의 복지와 개인책임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소득비례의 세금보다 균일세율을 적용해 고소득자의 가용임금 수준을 높여야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본다. 농촌과 도시의 고른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와 개인 책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로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한 가정법을 통해 결혼이라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은 중앙당의 새 정당노선을 둘러싼 논쟁을 스웨덴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보고 연일 주목했다. 사회자유주의적 시각을 가진 기존파는 신정책노선이 사회다윈주의라고 공격하고 있다. 사회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만을 양산해 내는 신자유주의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논거다. 또 젊은이들을 지나치게 사회 중심세력으로 간주해 그들만을 위한 정강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린다. 젊은 세대의 신풍속도에 발맞추어 너무 급진적으로 당 개혁을 이끌어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균등한 세금제도와 개인의 책임 확대는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자 당 총재가 직접 일간신문 독자란을 통해 국민에게 당 노선을 설명했다. 신정책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원들이 원하지 않는 부분은 다시 공론에 부치기로 과감히 약속해 한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이후 일간신문들도 잠시 휴지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언론에 부각된 스웨덴 중앙당의 사상논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려본다. 한국의 정당정치는 정강 내용보다는 과거와 연관된 다양한 이해집단의 실타래같이 얽힌 인적 관계에 더 좌우된다. 국가의 역할과 조세정책, 경제발전의 동력과 주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 권리, 평등과 자유에 대한 시각, 국가의 미래를 담으려는 정강정책의 내용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있는 언론들은 국민들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만든다. 어느 신문과 매체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얻는 정보의 내용과 색깔이 결정된다.

정당들은 열린 토론과 논쟁을 통해 국민 앞에 국가의 미래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며, 사회 갈등 수렴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언론은 정당의 논쟁과 열린 토론을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해 주며 공정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 없이는 선거 때 급조·양산되는 공약의 폐해, 언론의 아전인수격 해석과 추리소설적 예측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가져다줄 뿐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나 승리한 새누리당이나 모두 한국의 정당정치, 언론의 역할을 숙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영영 정치언론 후진국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만의 우려일까?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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