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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1 19:11 수정 : 2013.02.11 19:11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며칠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 현금거래 자료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법률 개정 추진 사실을 밝혔다. 투명성 증대와 조세정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기득권자들의 교묘한 반론이 나올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이 소식을 전한 기사에 붙은 댓글들이 압도적으로 적대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야권 지지자들 상당수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적인 것 같다. 물론 박근혜 당선인이 대표하는 정치세력 일부가 과거에 저지른 범죄적 행위들이나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하여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선과 악, 아와 피아의 투쟁이 아니다. 하나의 정치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비전과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 경쟁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통합과 전진을 위해서는 이것이 선의의 경쟁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대다수 힘없는 국민을 위해서 새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정부가 힘없는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희망의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비전을 “경제는 독일식으로, 복지는 스웨덴식으로”라고 요약한 적이 있다. 최대한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야권과 진보진영을 위해서도 새 정부의 성공은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야권과 진보진영한테 독약이 되었다. 반사이익에 눈멀어 쇄신을 외면하고 기득권에 집착한 것이다. 오죽하면 압도적인 정권심판과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했겠는가. 야권 지지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잘하도록 격려하고 감시하며, 잘못은 신랄하게 비판하되, 항상 좋은 정책대안 제시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역시 새 정부 성공의 열쇠는 박근혜 당선인 본인이 쥐고 있다.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당선인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지율 추락에 담긴 민심을 무시하면 더욱 안 된다. 행여나 일부 측근들의 말처럼 원칙을 내세우며 돌파를 시도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인사 문제다. 당선인도 이를 인식하고 최근 인사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미흡한 처방이다. 인사 문제가 단지 도덕성 검증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수행해낼 만한 소신과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의 인선은 이런 기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약속했던 책임총리는 어디 가고 ‘보필총리’란 말인가.

인사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소통 문제다. 이른바 ‘깜깜이 인사’로 대변되는 비밀주의 행정은 여론이 사전에 반영될 길을 스스로 차단한다. 잘 알려야 잘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충직한 이들을 가까이 두고 달콤한 말로 지도자를 이용해 먹으려는 간신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일을 여론 눈치를 보며 할 수는 없다. 측근들과의 논의 과정에서부터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의 교훈을 잘 새겼으면 한다.

공약 수정 문제도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공약 이행을 거듭 다짐하는 당선인의 자세는 좋다. 그러나 큰 그림을 보고 세부사항에서는 유연해야 한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만든 공약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지도자가 실수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좋은 대안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신뢰와 지지는 강해질 것이다.

당선인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일보다 좋은 결정이 도출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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