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1 19:14
수정 : 2013.02.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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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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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위기국면에서 최근 군 관련 관변 학자들에게서 검증되기 어려운 하나의 가설이 유포되고 있다. 최근 5년여간 진행된 북한의 재래식 군 구조 개편이 핵무기 보유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북한군 개편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을 통해 미국과 남한을 협박함으로써 전쟁의식을 마비시키고, 그 틈에 공세적인 재래식 전력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승리하는 계획을 완성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정일이 2012년 말에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새로운 군사전략으로 남쪽과 결전을 벌이려 했다는 더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도 내놓고 있다. 때마침 지난해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올해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주장에 관변 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핵 보유와 함께 재래식 전력의 재편은 지난 5년간 북한의 가장 의미있는 변화였다. 전방의 북한군은 제1, 2, 3단계 제대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제1, 2단계 제대로 재편되었다. 그 과정에서 8만명에 불과하던 특수부대, 즉 경보병이 20만명으로 증가하였다. 북한은 남한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공기부양정을 서해 기지로 전진배치하였는데, 남쪽으로 이동 중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 호위전력으로 서해에 잠수함을 배치했다. 북한은 그 잠수함의 성능을 시험해보려고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고, 성공했기 때문에 서해에서 대규모 침투가 가능해졌다. 또한 북한의 전략 로켓군은 남쪽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입체적으로 구비하였다. 이런 변화는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 시작된 것으로 단 사흘 만에 남한 전역을 동시전장화하여 승리하는 단기 속전속결 전략, 북한식 용어로 ‘판갈이 전략’의 완성이라는 주장이다. 2010년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그 신호탄이었다고 설명한다.
만일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민생복지를 폐기하고 안보중시로 돌아설 절호의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안보위기에서 국방비는 획기적으로 증액되어야 하며, 정부 안에서 그 누구도 감히 복지예산 증액을 주장할 수 없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물 건너간 셈이다. 이 점에서 냉전세력에게는 북한의 핵실험이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의문이 있다.
첫째, 왜 이제 와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북한 핵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느냐는 점이다. 새로운 정보가 있어서인가, 아니면 단지 북의 핵실험으로 과거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 것인가. 둘째, 이런 주장을 무엇으로 검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셋째, 북의 핵무기 보유는 한미연합군에 비해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면 북한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 안보의 부담을 던 셈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재래식 전력을 감축해도 되는데, 왜 이중부담을 감수할까. 넷째, 북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다섯째, 그렇게 상황이 급박하다면 왜 미국 정부로부터 유사한 정보판단이 없느냐는 점이다.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 초기는 전쟁위기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나 민생복지, 유연한 대북정책이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고, 이제 한반도의 미래는 비관적 전망 외에 기대할 것이 없다. 미국의 핵우산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악몽에 시달려야 한다. 한반도 미래에 대한 묵시록과 같은 비관주의다. 그게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무섭게 우리 내부에서 번식되는 중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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