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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7 19:15 수정 : 2013.03.07 19:15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치킨 게임. 차를 몰고 상대를 향해 돌진한다. 먼저 비키는 사람이 치킨, 즉 겁쟁이가 되는 게임이다. 한반도에서 다시 겁쟁이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의 무효를 선언했다. 지금부터는 전시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우린 겁쟁이가 아니라고 외친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핸들을 뽑아서 흔들라고 주문한다. 미친 척하라는 얘기다. 그래야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라면 몰라도 민주주의 국가가 할 짓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걸고 말이다. 겁쟁이 게임은 무모하다. 용기가 아니다. 철없는 어린애들이나 하는 유치한 치기에 불과하다.

겁쟁이 게임이 만든 상황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냉전의 세월 동안 한반도는 적지 않은 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왜 그런가? 위기를 위기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위기다.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의 시대가 두렵다.

위기를 관리할 소통의 수단도 없다. 남북관계에서 핫라인이 사라진 지 오래다.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면 오해가 발생하고, 그것은 오판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에서 핫라인의 역사는 길다. 1971년 남북이 처음 접촉을 시작했을 때 우선적으로 설치한 것이 바로 핫라인이다. 그해 12월 이후락-김영주 사이에 설치된 핫라인은 휴전선 근처의 오발사고를 서로 해명해 충돌의 확산을 막았다. 전두환 정부 때도 핫라인이 있었다. 핫라인이 끊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다. 미·소 양국이 핵 경쟁을 하던 냉전시대에도 핫라인이 있었다. 미·소 양국 사이의 핫라인은 1963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며 양국이 소통의 중요성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말리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1994년 한반도가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겁쟁이 게임을 중단시킨 것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상호 소통의 수단이 없으면 중재자라도 있어야 한다.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중재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바마 2기는 여전히 구성중이다. 실무자들의 인선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전략이 마련될 때까지 과거의 관성이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호전적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해법은 말하지 않는다. 군사계획은 자세하나, 외교와 협상의 말은 없다. 누적된 위기들이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위기를 관리할 행동은 어디에 있는가? 감정을 통제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선택할 대안들의 결과를 검토해서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가 깊을수록 과감하게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정부 내부를 포함해서 우리 안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라.

위기의 리더십에서 핵심은 책임감이다. 지도자는 분노의 분위기에 올라타지 말아야 한다. 안보란 국민의 근심과 걱정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다수의 상식을 가진 국민은 정부의 무모한 용기가 아니라 신중한 지혜를 원한다. 진정한 용기란 상황을 통제하고, 해법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위기의 리더십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케네디 대통령을 떠올린다. 그가 위기의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책임감이다. 당시 미국의 합참이나 공군은 강력하게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격렬한 논쟁이 끝난 뒤 케네디 대통령이 측근에게 말했다. “군인들의 주장은 엄청난 장점이 하나 있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나중에 우리 중 아무도 그들이 틀렸다고 말해줄 수 없을 거야. 왜? 우리는 다 죽고 없을 테니까.”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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