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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3 19:15 수정 : 2013.04.03 19:15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새 학기가 시작하고 3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한 명은 학교폭력 때문에 두 명은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학교폭력이건 성적에 대한 압박이건 근본 원인은 일등이 최고인 세상에 있다. 그리고 2, 3년 사이 급증한 청소년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 정권의 수월성 교육 정책과 그에 따른 일제고사, 자립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의 무분별한 증가 등에 있다. 정부가 효율성과 학교 경쟁력을 운운하며 학교의 자율을 강조하는 동안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진 아이들이 죽어갔다. 국가와 학교의 합법적인 폭력이다.

학교폭력도 그 틈새에서 생겨났다. 학교폭력은 열등생, 모범생, 빈부의 차를 가리지 않지만 빈부의 차가 심한 대도시 지역의 변두리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얼마 전 그런 지역의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가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은 날마다 ‘너는 이것도 못하니?’ 하고 혼내요. 칠판에다 문제 풀다 틀리면 벌점 받고 숙제를 두 배로 해야 돼요. 체벌금지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거나 준비물을 빼먹거나 복장이 불량해도 다 벌점이에요. 그 벌점을 지우려면 청소를 하거나 친구들의 잘못을 신고해야 해요.”

중1 신입생이 울먹이며 말하자 중3 아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 마. 좀만 더 지나면 선생님이 너 포기할걸. 나도 그랬어. 나는 날마다 애들한테 맞는데 아무도 안 말려. 말리는 것보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게 점수가 더 많잖아.”

두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공감했다. 그날 함께한 아이들은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였다. 한 아이는 지역의 할인마트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보느라 지각이 잦고 숙제도 제대로 못해 가는 날이 많아 벌점을 달고 산다.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하는 또 한 아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받는 폭력으로 신체적 이상 증세까지 왔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적절한 상담이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점점 확대되고 있는 수준별 교과 교실제로 학생과 담임교사가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아이들이 혼자서 택한 생존방법이 때로는 폭력이 되고 때로는 무기력이 된다. 체념과 원망, 무기력이 방어기제가 된 아이들에게 사회나 미래에 대한 믿음 따위가 싹틀 리 없다. 노동시장이 불안한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 빈곤가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다행히 2008년부터 교육청 단위로 위(Wee)센터가 생기고 각 학교의 전문상담사나 교사들이 연계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이나 취약가정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상담과 다양한 지원은 미미할 뿐이다. 위센터의 전문상담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초·중·고마다 전문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가 있어야 한다. 특히 도시의 변두리나 지방에 있는 학교에는 학생들의 상황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의 채용은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데다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학교폭력이 4대 악이 되고, 학교와 교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아우성이지만 아직도 학교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이들이 많다. 학교가 유일한 보루인 그 아동청소년들을 지켜내려면 교사와 사회복지사, 전문상담교사, 돌봄교사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아이들을 되살리려면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날에도 죽음을 떠올리는 벼랑 끝 아이들을 구할 응급책이 필요하다. 나는 그 방도 중 하나가 학교에서 사회복지사와 전문상담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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