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7 19:21
수정 : 2013.04.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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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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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졌을까? 안철수 전 교수가 82일간의 미국 체류를 끝내고 귀국한다고 했을 때 떠오른 질문이다.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날 정도로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 그다. 과연 아사리판이라는 정치에 맞을지 의문을 갖던 차에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밝혔다. 이른 결정이 놀라웠고, 붙어보자는 결기가 반가웠다.
정치인 안철수는 다면체다.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섰으니 정치 신인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으니 거물이다. 새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이상주의자이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이동섭 위원장에게 정치 선배라고 고개 숙이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아직 보이지 않는 면이 하나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다. 혁신과 재구성의 과제 앞에 헤매고 있는 야권의 리더로서 새 정치와 더불어 큰 정치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더 달라져야 한다.
괜찮을까? 안철수 전 교수의 재보궐선거 출마가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꿈 때문은 아니리라. 더 뒤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대장정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시작의 타이밍은 좋았다. 새 시대를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죽을 쑤고, 야권의 변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 객관적 변수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뿐 그가 전면에 나서서 ‘만들어낸’ 기회는 아니다. 갈 길이 멀고 험하다.
흔히 비전을 말하고, 정책을 거론한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갖추어야 할 첫째 덕목들이다. 그런데 아무리 비전이 좋아도, 아무리 정책이 근사해도 그걸 감당할 사람이 그에 못 미치면 다 허사다. 결국 사람이 문제라는 뜻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그가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막스 베버가 말하는 책임윤리의 차원이다. 스스로 옳다고 하는 신념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차이와 갈등 속에 필요하면 거래를 통해서라도 다수를 형성하고, 마침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리더십이라는 얘기다.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보여줘야 할 건 승리만이 아니다. 역할이 더 중요하다. 자신의 등장 그 자체가 아니라 던지는 메시지, 만나는 사람, 제시하는 그림을 통해 정치를 바꾸고, 야권이 달라지게끔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빛나는 존재로 그칠 게 아니라 욕을 먹고 비판을 듣더라도 필요한 일이라면 주저 없이 감당하는 담대한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인기인에서 정치인으로, ‘어린 왕자’에서 ‘조르바’로 바뀌는 속화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야 안철수는 ‘괜찮은’ 선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가능할까?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재주 많은 사람은 못난 사람의 종이 된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것이 리더다. 싫어도 해야 하고, 두려워도 해야 하는 것이 리더다. 그래야 머리 좋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함께 도전하고 그를 지켜줄 것이다.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에 이렇게 적혀 있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 알았던 사람 여기 잠들다.” 안철수는 뭘 하기 전에 꼼꼼하게 따지고,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런데 이런 반듯함과 똑똑함이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될 수도 있다. 지도자라면 ‘못난 사람’, 바보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기보다 잘하기가 더 어렵다. 안철수 못지않게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숱하게 국회에 들어갔지만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끝나거나 그치고 있다. 따라서 안철수 역시 300명 중 하나라는 수의 한계를 뛰어넘고, 거대 양당의 압박을 이겨내고, 새 정치의 명분이 자아내는 운신의 제약을 극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이겨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성공이나 미래도 없다. 건투를 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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