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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2 19:05 수정 : 2013.04.22 19:05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지난주 방송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정우성씨와 부부(?) 사이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진행자 한혜진씨가 남성 동성애를 그린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영화에 정우성씨와 함께 출연하면 어떻겠느냐며 슬쩍 떡밥을 던졌다. 하지만 이정재씨는 생각만 해도 오글거린다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명확히 했다. 다음날, 인터넷상에 “둘 다 이성애자라니,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라는 반응은 없었다. 왜 없었을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짝을 얻기 위한 남성들 간의 공개 오디션 현장에 우승후보 둘이 기권하는 척하다 갑자기 복귀한 격이니, 대한민국의 모든 미혼남성이 마땅히 슬퍼했어야 한다. 왜 김제동씨는 그런 비보를 듣고도 실실 웃었을까?

동성애는 진화의 미스터리다. 덧붙여, 동성애 혐오도 그에 못지않은 미스터리다. 누구나 알다시피,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남기려면 반드시 남녀가 만나 성관계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성보다 동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 성향이, 결국 이성애자들보다 자식을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성향이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걸까? 이 문제를 풀고자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아직 모두가 합의하는 정답은 없다. 최근 주목받는 가설 하나는 남성 동성애자를 만드는 “게이 유전자”가 남자 몸에서는 손실만 끼치지만, 여자 몸에서는 자식을 더 많이 낳게 함으로써 개체군에 계속 유지되었다고 주장한다.

동성애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가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를 기피하고 경멸하며 때론 주먹까지 휘두르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동성애자 간의 합의된 성관계나 결혼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 왜 이성애자들은 혐오스러워할까? 진화의 논리에 따르면 이성애자 남성은 주위 남성이 게이로 밝혀졌을 때 “와, 경쟁자가 한 명 줄었네!”라고 기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두 명의 잠재적인 짝을 퇴장시키는 여성 동성애는 이성애자 남성들에겐 잔인한 범죄로 여겨져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남녀를 막론하고 이성애자들은 남성 동성애를 여성 동성애보다 더 혐오한다. 2008년 미국에서 게이에 대한 증오 범죄는 레즈비언에 대한 증오 범죄보다 다섯배 더 일어났다.

동성애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도덕 판단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성인 간의 합의된 행동을 간섭할 수 없다”는 일반 원칙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혐오감에서 유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성애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뒤집히면서 ‘틀렸다’고 판단한다. 그러고 나서 동성애가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든지, 출산율을 낮춘다든지 등의 논거를 찾아내서 이미 내린 판단을 정당화한다. 방귀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게이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는 최근의 한 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리라는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두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는 인간의 파괴적인 본능이나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또다른 측면인 공감과 이성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다. 배척받는 이의 처지에서 상상해 보자. 당신은 아무 잘못 없이 남들에게 외면받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당한다. 성별, 인종, 나이, 성적 지향 등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분노할 것이다. 나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 내 형제나 친자식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입사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어떤 심정일지 상상해도 좋을 듯하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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