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12 19:17
수정 : 2013.05.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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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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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다.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을 넘어 야권의 강자다. 광역단체장 중 여러 명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박 시장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그의 행보는 언제나 언론의 핫이슈다. 당내 기반이 부족하지만, 민주당이 배출한 정치인 중에 아직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탓에 걱정할 바 아니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 정당에 따라붙는 부정적 이미지, 기존 정치인에게 발견되는 구태에서 자유롭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나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걸 보더라도 기성체제에 대한 대중적 불만은 여전하다. 따라서 그가 ‘기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행정가로서도 성공하고 있다. 그러니 강한 박원순이란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아직 부족하다. 박 시장의 대표정책 또는 ‘박원순 어젠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로선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이는 객관적 사실이다. 과거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과 교통체계 개선이란 어젠다로 존재감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박 시장의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것저것 잔뜩 벌여놓기는 했는데,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치인이 대중에게 져야 할 책무 중 하나는 단순화다. 자신의 지향과 노선을 1~2개의 정책이나 실적으로 단순화시켜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 시장이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그동안 환경은 박 시장에게 유리했다. 2011년 10월에 당선된 뒤 곧바로 정치권이나 언론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몰두하느라 바빠 자신에 대한 밀착 감시나 검증이 거의 없었다. 시의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등의 협조도 굳건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대선도 끝난데다, 야권에 비해 아직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과 보수이기에 야권의 대선주자급 인물들, 특히 박 시장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는 10월의 재보궐선거 뒤부터 본격화할 7개월의 지방선거 국면을 박 시장이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는 대중성이다. 박 시장을 리더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아쉬운 점이 약한 대중성이다. 대중성은 얼마나 알려져 있느냐 하는 인지도만 말하는 게 아니다. 한 시대의 대중적 열망을 상징하는 한편 대중과의 감성적 친화성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대중성의 핵심이다. 박 시장에겐 이런 대중성이 부족하다. 그를 좋아하게 되는 건 감성적 호응이라기보다 이성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이 즉자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괜찮은 시장에서 좋은 리더로 성장하는 데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고통이란 정치적 반대편과의 날카로운 대립과 치열한 갈등이다. 따라서 박 시장은 그 고통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고, 오히려 즐겨야 한다. 대중적 에너지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선명한 대립각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러한 소란과 공방을 박 시장이 주도하고 이겨낸다면 그때 비로소 나라를 책임질 좋은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리더로 가려면 하나 더, 정치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에서 벗어난 제3자적 스탠스로는 어떤 경우에도 국가적 리더로 발전할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정치과정을 통해 그리고 정치인 중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택한다. 정치의 질이 보통사람의 삶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시장은 민주당 혁신, 야권의 재구성에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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