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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6 19:06 수정 : 2013.06.26 19:06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불법 개입, 불법 은닉, 불법 증여, 불법 투자, 불법 사찰, 불법 직장폐쇄… 온 나라가 불법 천지다. 권력과 자본을 틀어쥔 이들의 불법, 탈법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불법은 처벌받지 않고 그 불법에 대항해 싸우는 노동자나 시민에게는 법의 철퇴가 가차없다.

한 대기업 회장이 노동자들과 주주, 그리고 사회의 몫인 회삿돈을 뒷돈으로 만들어 빼돌렸다. 뒷돈의 원천은 그 기업에 밥줄을 대고 살던 택배기사,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이다. 돈 많고 권력 짱짱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는 사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하며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다 종북 좌파 빨갱이가 되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국정원은 엉뚱하게 대선에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하며 대선 정국을 여당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는 범죄다. 그런데 법과 원칙을 외치던 대통령께서는 모르쇠로 일관하시다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간결하게 말씀하셨다. 게다가 국정원과 여당이 국정원 문제를 흐리려는 의도로 국가기록물을 덜컥 공개하자 엔엘엘(NLL)은 피로 지켜낸 거라고 비장하게 말씀하셨다. 여당과 보수언론이 그 내용을 왜곡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도,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져도 묵묵부답이다. 무책임하거나 무능력하거나 무지하다.

하긴 4대강 때문에 저질러진 환경파괴와 세금 낭비, 후세가 짊어져야 할 그 대가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전직 대통령이나, 아라뱃길·세빛둥둥섬 따위에 돈을 쏟아붓고도 교수님이 되신 전직 서울시장님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모노레일에 수백억을 쏟아붓고 여기저기 새도시를 개발한다며 시를 빚더미에 올린 전직 인천시장도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무지하다. 아직도 법은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권력과 손잡고 돈을 번 토건재벌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흥사단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리의식이 배금주의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청소년의 44%가 10억을 준다면 살인도 하겠다고 했단다. 언론은 그 책임이 기성세대와 사회에 있다고 했지만 어디에도 책임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도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안다는 것을 저들은 모르고 있을까?

자신들은 정치적·외교적·경제적 불법을 자행하면서 국민에게는 법과 원칙, 질서를 요구하는 이들의 속셈은 분명하다. 자신들의 권력과 돈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저들은 우리가 원하는 평화와 안정, 변화와 발전을 법으로 막으면서 우리가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법은 준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제주 강정에는 우리의 혈세로 생명과 평화가 바닷속에 처박히고, 밀양의 노인들은 맨몸으로 송전탑을 막아내야만 한다. 아직도 많은 노동현장에서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복지혜택에서 제외된 채 정규직 임금의 절반만 받는 비정규직이 수두룩하다. 부양의무제, 사회복지통합전산망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견뎌가며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유지하던 공부방 대학생들은 개별 수급체제로 바뀐 수급제도 탓에 앞으로 장학금과 생활비·주거·의료 중 하나는 버려야만 한다. 전 정부의 국가장학금제도 덕분에 더 심해진 대학별 빈익빈부익부 덕에 더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은 1학기가 끝나자마자 시급 5000원짜리 알바에 목숨을 건다.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의 완성,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실현, 국민 대통합은 우리에게서 이렇게 멀어져간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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