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30 19:12
수정 : 2013.06.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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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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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한 중국인 교수로부터 김희덕(진시더·59) 박사의 소식을 들었다. 김 박사는 연변대학 출신 조선족으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던 중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2009년 중국 국가안전부에 구금되어 14년 형을 받고 아직도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다. 중국이 단순한 학술활동을 국가기밀 누설로 몰아 처벌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지만 조선족 김희덕 박사에 대한 중형 선고는 특히 과도한 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도쿄대 교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김 박사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도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시대에 대해 여러 평가와 기대가 오간다. 지난해 국가부주석으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은 국무부 오찬에서 중국의 인권문제가 거론되자, 중국의 인권에 큰 성취가 있었지만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있으며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되면 강제노동수용소인 라오가이(勞改·노동개조) 제도를 폐지하는 등 인권 개선 조처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변화의 소식은 없고, 오히려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통해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구속시키는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과 탄압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방문하여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한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남북한의 대립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일본이나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워 아시아의 분쟁을 조장할 경우 아시아는 극도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관측이 엇갈린다. 그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을 지역 지도자의 이미지로 키우고, 중국이 세계와 아시아 각국에 가져다주는 여러 우려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인권과 관련해 중국은 아직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탈북자들을 북송시키고 있다. 여러 구금 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는 3시간 동안의 재판으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는데, 그중 변호사가 변론할 시간은 단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인권 상황에 약간의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심각한 인권침해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 문제에 더하여 중국은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이어도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할 움직임조차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해 왜 이리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음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 주요한 역할을 하려면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고 인권을 포함한 국제규범을 따르기 위해 응분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따끔하게 한마디 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일까? 한국 정부가 중국과 외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나 경제적 이권에만 너무 눈을 두지 말고 인권과 관련해서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기를 기대해 본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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