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11 18:51
수정 : 2013.07.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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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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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국력이다. 정확한 정보판단이 올바른 정책을 만든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는 그렇다. 우리는 분단국가다. 안보를 중시해야 한다. 정보 역량의 강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왜 그럴까? 과도한 정보의 정치화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매우 낯선 풍경을 목격하고 있다. 역사를 바꾼 정보 누설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보기관 스스로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비밀정보를 폭로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엽기적이고 황당한 사건이다. 이미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비웃고 조롱하고 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이 맞는지를 묻고 있다.
나아가 국정원은 대화록 내용이 북방한계선 포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원의 정보판단 실력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어이없게도 국정원은 북한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 북방한계선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고 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다. 그곳에 공동어로구역을 두자고 주장한 사람은 누구인가? 김정일 위원장이다. 왜 국정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주목하지 않는가? 고의적인 누락이고 정보왜곡이며, 비열한 정치공작이다. 대화록을 다시 한번 읽어봐라.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하게 반대라는 표현도 썼고, 기존 관할구역을 존중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도 거론했다.
정보판단은 실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예측할 때 단순히 인공위성 사진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전후 맥락을 읽고, 과거 사례와 비교하고, 다른 국가의 정보판단을 참조해서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마찬가지다. 해상경계선 문제에 대한 발언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을 봐야 한다. 실력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에서 해상경계선 문제는 합의되지 않았다. 그것은 해석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래서 이후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을 합의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전 우리 정부의 협상전략, 대화록 내용, 그리고 후속조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알 수 있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안보실장이 잘 알 것 아닌가?
그리고 서해평화협력지대는 북방한계선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정원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유럽에서, 지중해에서, 남아시아에서 얼마나 많은 초국경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특히 해양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접경수역 협력 사례가 있는가? 국제 사례도 알아야 한다. 공동어로를 하고, 해양평화공원을 만들고, 초국가적 해양공단을 만든다고 해서 영해가 무력화되고, 해상경계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국정원에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정보판단을 하려면 최소한 자기 조직의 전문가들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정원이,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마치 종편에 나오는 듣도 보도 못한 평론가들처럼 말하면 어쩌란 말인가?
이념대결을 부추기는 것이 불리하지 않다는 정략만 있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정보관리가 불가능한 조직과 누가 정보공유를 하겠는가? 정보의 정치화를 추구하다 결국 정보판단의 기능조차 상실해버린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쯤 되면 아무리 보수라도 국가를 걱정해주기를 바란다. 국정원의 미래,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쯤에서 그만두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게 순리다. 대통령도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정원 신뢰 회복의 길을 더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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