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18 19:05
수정 : 2013.07.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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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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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우리 절반 수준의 국방비로 중동 3억의 인구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자주국방을 하고 있다. 단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자주적 방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군사력을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그들의 혁신 역량은 우리 한국군에게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운 장점이다. 나폴레옹은 “군대는 10년마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대 변화에 맞게 군사력을 개선하면서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는 군대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항상 지는 전쟁을 하게 되어 있다. 이런 교훈 때문에 모든 나라는 현대적인 군사 전략을 개발하고 군대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이것을 등한시하던 프랑스군은 같은 수준의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2차 대전에서 독일군에 맥없이 무너졌다.
바로 그와 똑같은 이상한 군대가 한국군이다. 전투기가 서울에서 뜨면 5분 만에 평양에 도착하는 이 좁은 전쟁터에서 ‘120일 전쟁 계획’이라는 비현실적인 작전계획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고, 각종 중복과 비효율적인 기구의 난립, 지휘체계의 복잡성으로 소중한 국방예산이 줄줄 새는 그런 군대가 한국군이다. 전군의 중령·대령 중 진급 적기가 경과하여 일 안 하는 인원이 30%에 이르는가 하면, 1990년 ‘818 계획’에서 표방한 “경쾌하고 간편한 군 구조로의 개선”이라는 취지는 23년이 지난 지금도 구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방만하게 확장되어 왔다. 이런 군대가 이기는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2010년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그런 불길한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그렇게 얻어맞고도 여전히 개혁을 안 하는 한국군이다.
그래서 군을 개혁하자고 하면 적반하장으로 “국방예산 모자라서 못하겠다”며 버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또다시 연기하자는 발상도 같은 맥락이다. 그 주된 핑계는 “국방예산이 모자라서 계획된 전력증강을 달성하지 못했다”, “아직도 한국군은 전투 지휘를 할 능력이 부족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중시켰다”는 등 참으로 외부에 공개하기조차 부끄러운 것들이다. 이 때문에 자기 나라 군대를 전투 지휘조차 못할 형편이라면 이제껏 국방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북 핵미사일에 대한 선제공격”, “북한 지휘부 타격”, “적극적 억제”를 말해온 것은 또 뭔가? 능력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 있으면서 그런 쓸데없는 강경발언은 왜 했나? 왜 이렇게 우리 군사 지도자들은 말만 많고 폼만 잡다가 무언가 역사를 만들 중요한 시기에는 뒷걸음질만 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미 간 합의된 대로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고 공약했고 선거 뒤 인수위 시절에 김장수 안보실장도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 보도는 박근혜 정부가 뒤로는 미국에 전작권 연기 협상을 벌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 존치론’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안을 퍼뜨려 여론에 물타기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이길 자신이 없는 군사 지도자들의 자기 보신을 위한 비굴한 처신이자 국민 사기극이다. 자신의 말을 실천할 자신이 없다면 장관, 의장, 총장, 사령관들이 물러나는 것이 안보를 위한 최선이다.
작전권을 환수하자고 한 1987년의 대선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진부한 군대가 아직도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는 것은 듣기조차 싫다. 오직 미국에 대한 의존 심리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개혁도 안 되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기도 어렵다. 무언가 해보겠다는 정신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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