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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1 18:35 수정 : 2013.08.11 18:35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최근 미국 의회는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0돌을 맞아 상하원이 순차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채택한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비록 의례적이긴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의회의 명시적인 지지를 재확인했으니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결의안이 나오게 하는 데 찰스 랭걸 연방하원의원의 한인 보좌관이 큰 몫을 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중국도 지난 6월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남북한 양쪽이 대화와 신뢰에 기반하여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하며 주변국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주변 강국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태도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한 것일까? 미국 의회 결의안의 제목이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한다’고 하여 상당히 전향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용상 초점은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에 맞추어져 있다. 북한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통일은 한국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라고 인정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3원칙을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라고 하여, 핵문제를 가장 앞에 내세우며 현상 유지에 치중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지역 내의 최대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우리 스스로의 문제로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은 한반도의 통일이 임박할 경우 중국이 동북공정의 역사인식에 근거하여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주도로 상원에 제출된 보고서도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이나 광물자원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매우 크고 한반도의 일부가 자국의 영토라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통일로 나아가는 상황이 되면 이에 개입하여 상황을 통제하거나 방해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연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스스로 한반도 문제에 발언권을 가진 당사자로서 상황 변경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연 한반도의 통일은 올 것인가. 한편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이 머지않아 가능하며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 재개를 둘러싼 협상 난항, 금강산 관광 재개 지연 등 남북의 기본적인 교류는 막혀 있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논의는 아직 먼 얘기로 느껴진다. 독일의 통일비용을 이유로 들어 통일보다는 분단체제가 낫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근 통일독일의 번영과 발전을 보면 그러한 논의가 얼마나 기우였던가를 잘 알 수 있다.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분단비용과 핵무기를 포함한 전쟁의 위험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한민족에게는 지난 60여년의 분단은 너무 길다. 한국은 통일을 주도할 능력이 있는 나라다. 한국 정부는 분단의 관리를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통일을 이루기 위한 일정표를 세워야 한다. 북한을 제대로 읽고 북한을 평화와 통일의 길로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일을 중지할 수는 없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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