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14 19:11
수정 : 2013.08.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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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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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날이다. 어언 68년, 해방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인가. 환희도 잠시,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지 못했던 해방은 분단으로 이어졌고, 결국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한국전은 분단체제를 고착한 것만이 아니라 냉전을 강화하고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토대를 형성했다. 이 상황에서 남북한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국민을 통제하고 권위적인 정권을 유지하는 ‘적대적 공존’을 유지하였으며, 이는 일본과 주변국에도 유사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해방은 이 땅에 평화체제를 세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맺은 지 올해로 꼭 60주년이다. 그동안 남북한은 서로 게릴라를 파견하고 국지전을 수시로 감행하였다. 기적처럼 전면전은 피했지만, 지금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파고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오바마 정권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에 따라 압도적 우위에 있는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해 중국 봉쇄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잇따라 무력시위를 하고 있으며, 남한에선 보수 강경파들이 권력을 잡았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하여 평화를 지향하던 전후체제를 사실상 종결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서 해상훈련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언제든 오판이나 오만, 광기에 의해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
100만명 이상이 죽을 전쟁의 폐해를 잘 알기에 모두가 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기득권층은 평화의 전제로 북한의 핵 포기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만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과 같다.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30배가 넘으며 그 뒤엔 이라크를 초토화한 미군과 핵무기가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 포기란 압도적으로 우월한 첨단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의 침략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며, 재래식 무기 구입에 비용을 낭비하여 경제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넣는 행위다.
기득권층은 갑의 입장에서 을인 북한을 압박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보다 월등한 경제력과 군사력, 대외 영향력을 갖고 있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입장이기에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경제력이 달리는 사람이 나이가 많은 것을 앞세워 부자 친구에게 우위를 형성하듯이 권력은 상대적이며 북한이 가치를 두는 기준이 다르다. 더구나, 북한이 ‘선택적 병행 전략’으로 전환하였기에 이런 방식은 실효성도 없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의 경험을 통하여 미국한테서 안전보장을 받고 한국에서 경제지원을 받는 대외전략을 수정하였다. 그들은 안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병행하다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한다.
현실적인 대안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 핵을 맞바꾸는 것이다. 이는 6자회담을 통해 가능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이자 김일성의 유훈이기도 하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맺고,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를 통하여 안보를 강화하는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 이제 동아시아 시민이 연대하여 냉전 잔재의 청산, 미국과 중국의 패권 포기, 남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동아시아 공동의 안보 및 경제협력과 환경협력을 압박하자. 이것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자 21세기를 동아시아 시대로 전환하는 길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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