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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7 19:14 수정 : 2013.10.27 19:14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일당국가(one party country). 마치 공산주의 국가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칼 로브가 꿈꾸던 나라다. 로브는 미국 공화당의 전략가다. 아들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냈고, 2004년 재선에도 성공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그를 두고 ‘건설자’(architect)라고 부를 정도로 그 역할이 컸고, ‘천재소년’(boy genius)이라 칭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한 번은 비록 일반 선거에서 지고 대법원 판결로 따낸 반쪽 승리이긴 하나 2000년과 2004년의 대선 승리가 모두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이쯤 되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수렁에 빠진 클린턴을 구해낸 1996년의 딕 모리스나, 무명의 클린턴을 1992년 대통령에 당선시킨 제임스 카빌, 1988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를 승리로 이끈 리 앳워터를 넘어서는 성과다.

사실 그의 원대한 포부는 두 번의 대선 승리에 있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1896년부터 1932년까지 지속된 공화당 전성시대를 연 마크 해나를 롤모델로 삼아 공화당의 30년 치세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8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노심초사, 공화당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우습게도 그의 장기집권 열망은 자연재해, 즉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무너졌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성하면 쇠하기 마련이고, 좋으면 나빠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로브가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의 셧다운 사태에서 공화당에 돌직구를 날렸다. 오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비판한 것은 오바마케어에 들어가는 예산을 막아 결국 고사시키는 고갈전략(defunding strategy)이다. 이 전략은 티파티가 주도했다. 로브에 따르면,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것은 무당파의 56%가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공화당 지지율이 2008년엔 43%, 2006년엔 39%에 불과했으니 놀라운 신장세다. 그런데 이 무당파가 공화당에 동의하지 않는 이슈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을 위해 정부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58% 대 30%로 행정부의 잠정폐쇄가 초래된다면 고갈전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그는 공화당에 고갈전략의 폐기를 강하게 촉구했다. 불행하게도 공화당은 그의 고언을 무시했다. 공화당, 특히 티파티는 패자가 됐다.

로브의 충고는 지금의 우리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지닌다. 여든 야든, 또는 보수든 진보든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에 올인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양 진영을 편 갈라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질식시키는 양극화 정치(polar politics)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전략으로 특정 정당이나 이념, 또는 진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무당파나 중도층을 설득·견인할 수 없다. 지난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3%포인트 떨어졌다. 여권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잘하는 게 없는데도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새누리당에 밀렸다. 야당이 공세를 펴는 국정감사 기간이라 다만 얼마라도 플러스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야당이 깊이 고민해야 할 측면이다.

로브가 비판한 것처럼, 승기를 잡았다고 완전히 제압하려다가는 도리어 당하는 게 정치다. 집권했다고 일당국가인 양 행세하거나, 야당이라고 강공만을 퍼붓는 건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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