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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8 18:51 수정 : 2013.11.18 18:51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교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사회적 존경, 급여 및 연금의 안정성, 정년이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직업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 이 직업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 교사는 영혼의 연금술사다. 그는 제자들의 혼돈스런 마음에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신뢰의 형식을 조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마술적인 형식의 지속성이야말로 교육의 순금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일까. 이런 예측이 조심스럽지만, 머지않아 교사라는 직업은 청년들이 선택하기 꺼리는 최악의 직업이 될 확률이 높다. 미래의 교사들은 ‘교실 파괴’라는 풍경을 지금보다 더 자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들을 월급쟁이로 간주하는 시각을 노골화하고, 분노에 찬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향해서 시도 때도 없이 클레임을 제기할 것이며, 관리자들은 상급 기관의 성과 목표를 달성하라고 교사들을 더 강력하게 채찍질할 것이다. 교사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공문을 처리해야 할 것이며, 더 많은 성과 경쟁에 동원될 것이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모멸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학부모들의 클레임에 포위될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비관론인가. 한국의 ‘교육 실패’를 앞장서 실현하고 있는 일본의 중등교육 현실을 보면, 이것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예측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 폭력과 등교 거부, 학부모의 클레임과 관리자의 성과 압박, 교사의 우울증과 조기 퇴직 현상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엄기호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2013)라는 책에도 이런 현실이 잘 기술되었지만, 일본의 교육학자인 모로토미 요시히코의 <교사의 자질>(2013)을 읽으면서 나는 이 사실을 더욱 절감했다. 모로토미는 ‘현장 교사의 작전참모’(스쿨 어드바이저)라는 희귀한 직업을 창안한 사람인데, 그가 보여주는 일본 교사들의 상황은 참혹하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2012년도 교직원에 관한 징계처분 등의 상황에 대하여’라는 통계를 보면, 재직 총원 91만9093명 가운데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한 교사가 8660명인데, 이 가운데 5407명이 정신질환 등으로 휴직했다. 재직 총원 대비 정신질환에 의한 휴직은 0.6%, 휴직 원인만으로 따지면 무려 62.4%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는 10년 전의 통계와 비교하자면 무려 갑절 이상 증가한 수치라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교사들의 질병 등으로 인한 휴직이 일반 기업 노동자의 2.5배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교사들은 업무량의 폭주, 학급 운영 및 학생 지도의 곤란, 학부모 대응의 어려움, 동료 및 관리직과의 인간관계의 곤란 속에서 깊은 우울과 충격에 빠져 있다는 것이 모로토미의 분석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교사가 ‘기피 직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한국에서는 교원 임용고사의 경쟁률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지원율이 급감해 경쟁률이 거의 1:1에 근접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어쩌다가 일본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이 기피 대상이 된 것일까. 내 판단에 그것은 교육에서 체화해야 할 ‘시민성’의 실패에 기인한다.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일까. 오늘의 학생들은 적자생존의 저질스런 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바닥을 향한 경쟁’의 노예가 되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나는 먼저 교사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을 살리는 것은 교사다. 물론 학부모는 내 새끼를 먼저 살리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함께 살자고 말하는 ‘시민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내 새끼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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