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20 18:55
수정 : 2013.11.20 20:59
|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
지난 10월 정부는 초등 돌봄 서비스를 2014년부터 1학년에서 2학년까지로 확대하고 2016년에는 5, 6학년까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 돌봄교실에 참여할 인원을 올해의 3배인 45만40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는 돌봄 서비스 정책의 갑작스러운 확대 의도가 의심스럽다.
올해만 해도 초등 돌봄교실은 예산과 공간 부족으로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 어느 학교는 공간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신청자를 추첨으로 선발한 반면, 어느 학교는 정원 미달이 되고, 지방에서는 예산 때문에 돌봄교실이 중간에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예산 때문에 내년에는 돌봄교실이 더 축소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교육청으로부터 흘러나온 지 한달 만에 정부의 확대 정책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학교에는 확대된 돌봄교실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예산이 얼마나 배정될지 어떤 지침도 전달되지 않았단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는 일과 다르다. 책상머리에 앉아 통계자료만 가지고 단기간에 계획을 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돌봄교실의 고갱이는 아동이다. 그런데 이번 돌봄교실 확대 정책에도 아동에 대한 배려는 보이질 않는다.
지금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에는 ‘오후 돌봄교실’과 ‘엄마 품 온종일 돌봄교실’이 있다. ‘엄마 품 온종일 돌봄교실’은 새벽부터 밤까지 운영하고 아침·저녁이 제공되지만 급식까지 돌봄교사가 맡아 해야 한다. 1학년 아이 20명당 돌봄교사는 한 명이다. 돌봄교사가 아이들을 엄마 품처럼 보살피려면 그에 합당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초등학교 돌봄교사의 대부분은 사서·상담사·영양사·과학보조와 같이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이들이 1년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을 안정시키겠다지만 그 결정권을 가진 교장들은 예산을 빌미로 초단시간 계약을 맺어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는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계약직 돌봄교사에게 20명의 아이를 엄마 품처럼 돌보라는 것은 정부는 생색만 내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돌봄 서비스가 절실하겠지만 정작 하루종일 학교에 갇혀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돌봄교실이 엄마 품과 같을 수는 없다. 저소득층 부모와 아이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아이를 밤 10시까지 맡아주는 돌봄교실이 아니라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최저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과 한부모 가정에 대한 복지를 확대해 아이와 엄마가 밤 10시까지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번 초등 돌봄교실 확대의 또다른 문제는 지역아동센터를 배제하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낸 ‘방과후 돌봄 서비스 연계체제 구축 운영 매뉴얼’의 부처 통합 돌봄 서비스 계획을 보면 지역아동센터를 교육부의 방과후 돌봄 서비스에 통합시키려는 구상임을 알 수 있다. 돌봄교실 예산이 학교에 집중되는 지방교육지원청의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한정되었고, 보건복지부의 2014년도 회계에 방과후 돌봄 확대를 위한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초등 돌봄교실이 5, 6학년까지 확대되는 2016년에는 30년 가까이 지역에서 공부방·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온 주체들이 초등 돌봄교실의 계약직 돌봄교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시민단체나 자발적인 개인에 의해 아동청소년들의 문화교육과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해온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는 사라지고 교육부 주도의 획일화된 돌봄 서비스만 남을까 두렵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