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5 19:03
수정 : 2013.12.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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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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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엔 상어가 산다. 올해 들어 하와이와 마우이섬을 중심으로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14건에 달한다. 지난 12월3일 마우이섬 인근에서 카약 낚시를 하던 50대 남자가 뱀상어한테 한쪽 다리를 물려 숨지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우이 시장 앨런 아라카와는 상어에 대한 전면적인 사냥 허용이나 차단망 설치 등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의 종류는 극소수인데, 상어 사냥을 허용하여 남획할 경우 도리어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어 큰 환경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신에 시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인 상어의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 예산을 책정하고 관광객의 주의를 촉구하며 해양구조대원 활동을 강화하는 대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에 직접 위해를 가하는 상어 문제를 놓고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러한 방식이 여전히 하와이 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자연의 도전에 대해 인간이 취하는 대응 방식은 참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장자크 루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던 자연상태에서 인간의 생존이 한계에 부딪히자,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사냥을 하고 사회의 힘을 빌려 자연 정복을 계속하였다고 한다. 사회구성원 공동의 힘으로 각자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되, 각 개인에게 사회적 자유를 누리게 하는 사회계약이라는 새로운 결합형태가 생겨났고, 그에 근거하여 근대적인 국가와 주권과 시민의 질서가 창출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 상황을 보면 다시 한번 사회계약론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개인이 자연상태에서 누리던 무제한적인 자유를 포기한 이유는 국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가기관이 개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국민의 자유를 속박하고 권리를 침해할 경우 루소가 강조한 사회계약은 과연 존립한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이 광범위하게 진행한 선거 개입과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양승조 의원이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의 결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집권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결은 미루어 두고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제출하고 나섰다. 진정한 사회계약보다는 다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힘에만 의존하던 권위주의 통치가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북한에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체포된 지 나흘 만에 군사재판소를 통해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의 기회조차 없이 사형 집행을 당하였다고 한다. 스스로의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기본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 그 현실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다름없는 절망적 상황이다. 그럴수록 남한이 민주주의를 더욱 활짝 꽃피워 북한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희망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바람일까.
내가 사는 오아후섬의 상어는 산호초에 사는 유순한 놈이라 사람들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긴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저 바다에 아직도 상어가 있고, 현실 속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개개인의 생각과 이익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최선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에 의지한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이 더 큰 자유와 평등을 이루어 참된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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