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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8 18:48 수정 : 2014.01.08 18:48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새해가 밝았다. 첫 아침의 동살이 희붐할 제, 우리 조상들은 ‘국태민안(國泰民安) 시화연풍(時和年豊)’이라고 소망을 적어 언덕에 올라 연을 날렸다. 돌을 던지면 깨질 듯 투명하게 푸른 하늘 높이 한 점으로 보일 때 끈을 자르면 연은 그 소망을 하늘에 전하였다. 일년지계가 있다는 원단에 마음의 연을 날리며 동학혁명이 발발한 지 육십갑자를 두 바퀴 돌아 다시 맞은 갑오년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하였다.

첫째는 정치민주화에 경제민주화를 종합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 최고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이다. 도탄에 빠진 민초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동학 때나 지금이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하다. 비정규직은 1000만명에 육박하고, 566만 자영업자들도 60%가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한 채 속속 폐업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라고 요즘 들어 난리이지만,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 908조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이른다. 거기에 집값은 하락하고 전세와 물가는 폭등하고 교육비 부담은 가중됐는데, 도저히 빛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의 경제, 분수효과(fountain effect)에 따른 분배의 경제, 보편적 복지, 금융·교통·의료·교육·주택의 완전한 공공화가 그 대안이다.

둘째는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제에서는 경제자본, 상징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 우월한 이들이 대표를 맡아 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하였다. 무지렁이들은 늘 정치에서 소외되고 법적·제도적으로 배제되었다. 민주주의란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장에서 독점을 깨고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그 열매를 고르게 나누는 제도다.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 금융, 공기업, 언론사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시킴은 물론이고 시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두며, 마을에서 나라에 이르기까지 참여민주제를 확립하여야 한다.

셋째는 분단모순을 극복하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17조원에 이르는 철도 적자를 단번에 메우는 방법이 있다.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구간이 개통되었다. 희토류를 제외하고도 북한의 지하자원은 남한의 25배에 달하며, 국제사모펀드와 합작하여 개발하기로 한 정주의 희토류 가치만 6경80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의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남북한 철도로 일본,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물류가 오간다면 위기에 있는 경제도 살리고 동아시아의 평화도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시대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파기하고 철도와 의료의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 참여민주제를 추구하기는커녕 대의민주제의 근간인 선거부정을 저지른 채 이의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 노동 3권을 탄압하고 합법적인 정당과 단체를 해체하는 공작을 하면서 형식적 민주주의만 남긴 채 실질적으로는 독재로 가고 있다. 남북 대립을 격화시키고 모든 비판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행정적 강제와 권력에 의존한 폭력만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가 타협의 예술인 줄 모르는가. 대통령이 소통과 타협이 없는 불통을 원칙이라 자랑하는 장면에서는 그 오만과 독선과 무지의 극치에 소름이 돋는다.

딱히 누구라고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시대에 역행하는 지도자의 종말은 역사서에 즐비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지도층은 시대의식을 가지고 잘 통찰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갑오년 혁명의 횃불이 올해 다시 타오를 수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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