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15 19:05
수정 : 2014.01.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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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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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래 ‘평범한 사람’을 들으면 용산 남일당 참사로 죽어간 보잘것없는 여섯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이 떠오른다.
2009년 1월19일 철거민들은 살기 위해 망루를 지었다. 철거민들이 망루에 오른 지 하루 만에 경찰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강제진압을 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방어용으로 시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급하게 철거민을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다섯명의 철거민과 한명의 경찰이 죽었다. 그리고 시신 다섯구를 가족 동의도 없이 부검한 뒤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실에 넣어버렸다.
5년 전, 용산 남일당에 차려진 분향소를 처음 방문하던 날은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그날부터 이듬해 1월9일, 눈발 날리던 합동장례식이 있던 날까지 틈틈이 용산 남일당을 찾았다. 함께 분향소를 찾던 공동체의 세살배기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남일당 주변의 황량한 철거현장 사진을 찍으며 울먹이던 고등학생은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그 아이들과 다시 용산 남일당 터를 찾았을 때 우리를 맞은 것은 휑한 공터뿐이었다. 용산 남일당을 찾을 때마다 자신들을 친손자, 친조카처럼 맞아주던 유가족들을 기억하는 중학생 하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모, 겨우 조만큼 주차장을 만들려고 여길 다 철거한 거예요? 저거 때문에 여섯분이 돌아가신 거예요?”
그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다만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2009년 1월20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용산참사를 닮은 사건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살기 위해 길 위에 서는 이들을 만나야 했다. 그 길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용산 유가족들을 종종 만났다. 언제나 만남은 반갑지만 그 만남의 현장은 아팠다. 그때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 세대는 자신의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 슬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을.
아직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용산참사의 유가족은 아직도 거리 위에 있는데 그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들은 여전히 권력의 중심과 언저리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야, 살기 위해 올라갔다 죽은 평범한 사람들의 한을 풀 수 있다.
그래야만 용산참사의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터무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멀쩡한 4대강을 콘크리트로 뒤엎고 무용지물이 될 아라뱃길에 돈을 쏟아붓는 일이, 허황된 뉴타운의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시장, 건설업자들이 나서서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인 수조원대의 이 사기행각의 진실이 유야무야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1월20일, 5년 전, 살기 위해 올라갔던 그곳에서 죽어간 평범한 사람들을 기억해야만,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누구인지를 기억해야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지켜낼 수 있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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