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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9 19:04 수정 : 2014.01.19 19:04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작년에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아모세)를 말했더니 그게 세간의 화제가 됐다. 중요한데 아무도 모르는 게 우리 정치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한 얘기였다. 3대 세습의 비극적 코미디로 집권한 북한의 김정은은 그 속내를 알기 어렵다. 핵 개발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 제스처를 내민다. 눈썹을 반밖에 안 남긴 것만큼이나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도 오리무중이다. 이유는 그 개념 정리가 미진하기 때문이 아니다. 각설하고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안철수의 어젠다가 아직 없거나 불분명하다. 둘째, 새정치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그 게임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미스터리의 우리말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용이 그렇듯 살아가면서 빈번하게 사용하기는 하나 실제로는 없는 허상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의 지난 6일 기자회견을 보고 일각에선 창조경제의 요체가 결국 규제완화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을 비롯한 5대 유망 서비스산업에서 규제를 대폭 푸는 등 과거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줄·푸·세’로의 회귀를 선언했으니 사뭇 그럴듯해 보인다. 그럼에도 창조경제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아모세’도 있지만 우리 정치의 또다른 비극인 ‘다아세’, 즉 다 아는 세 가지도 있다. 우선, 총리의 스텔스 기능이다. 스텔스 전투기처럼 있어도 없는 듯,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문득 보이는 존재가 지금의 총리다. 역대 총리도 대부분 그 존재감이 희미해 의전총리라는 말을 듣곤 했다. 지금은 복창총리, 집사총리라고 하니 역대 최악인 듯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총리의 정책 조정과 정책 주도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역시 파기된 공약일 따름이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헌법 제86조), 국무위원을 제청하는(헌법 제87조) 총리는 동화책에나 나오는 인물인 모양이다.

둘째, 새누리당의 선거 본능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걸었다. 그걸로 엄청 생색을 냈고, 미적대는 민주당을 무지하게 몰아세웠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폐지 방침을 접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득권 보호와 야권의 분열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기초선거에서 완패했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장 선거 중 21곳에서 졌다. 당 소속 현역 구청장이 4명뿐이니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으로선 공천권을 행사할 여지가 많다. 또 구청장을 정당공천하게 되면 민주당 소속 현역 구청장들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것이고,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면 야권 표의 분산으로 이어져 여당이 유리해진다. 이것이 대통령이 내건 공약을 감히 새누리당이 파기하는 속셈이다.

셋째, 야권의 명분주의다. 야권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선거에서 연대는 없다고 외친다. 선거 때만 되면 닥치고 연대만 외쳤고, 연대를 빌미로 혁신을 방기했으니 연대 불가론이 일견 성찰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이다. 나눠 먹는 게 없다. 따라서 선거 전 연대는 이 제도가 강제하는 당연한 속성이다. 문제는 연대의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승리의 방편으로만 삼는 편의주의다. 따라서 이런 편의주의를 가리기 위해 야권 불가론을 외치는 건 또다른 오류, 즉 명분주의에 매몰되는 것이다. 혁신하기 위해 연대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되레 연대하면 혁신을 강제당하기 때문에 안 하는 측면이 더 크다. 결국 용기가 아니라 비겁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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