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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6 18:48 수정 : 2014.01.26 18:48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16일 상호비방과 중상 및 적대행위 중지라는 “중대제안”을 내놓았고, 연이어 대결관념을 버리고 동족과 손을 잡는 결단을 내리자며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고 냉담한 태도를 취하자, 예전에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갖자는 후속 제안을 내놓아, 2월 중순 100여명 규모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여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가고 있다. 오랫동안 막혀온 남북대화의 혈맥이 살아날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위장 평화공세라고 단정하고 2월 말에 진행될 키리졸브 훈련 이후 또 다시 강경공세와 도발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래 단절된 남북관계가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런 개선도 보이지 못하고 있었으니, 당국자 간에 제한적이나마 대화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물론 상황은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되고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며, 기존의 대화 틀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퍼지고 있다. 또 전격적으로 등장한 젊은 지도자가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핵개발과 경제병진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지역 내 긴장과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최근 장성택의 전격적인 체포와 처형까지 진행하여 민주적 절차 부재에 대한 우려만이 아니라 체제의 안정성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도 키우고 있다.

유엔은 2004년 이래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을 선임하여 인권문제 제기를 계속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전 대법관 마이클 커비 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북한의 인권침해가 반인도범죄인지 여부와 그에 대해 어떤 개인 또는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위원회가 올 3월에 공식 발표할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인권침해를 반인도범죄라고 규정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어쩌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결의를 채택하도록 권고할 가능성도 있다. 또 4월 말에는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심사가 북한의 인권을 다루도록 예정되어 있으니, 이래저래 상반기 내내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한의 대화를 제안하고 협력하자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북한의 개혁과 개방, 그리고 경제발전을 위한 변화는 너무나도 오래 지체되어 왔고 이제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과거의 지도자들이 성공시키지 못했던 미국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와 평화협정을 성사시키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중대과제이다. 그러한 변화를 이루는 것은 남한과의 관계회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내놓는 협력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를 꺼릴 이유가 없다. 특히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국의 국제무대에서의 발언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며, 아시아의 미래가 여러 가지로 불투명한 때인 지금,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서의 새로운 평화체제로의 돌파구는 남북한 당사자에게서 열려야 한다.

남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기를 촉구한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논의와 인권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한 정부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남북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남북이 대립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 손해 보는 것은 결국 누구 인가. 북한의 관계개선 제안이 위장평화 공세라도 좋으니 대화의 기회는 잡고 보자.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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