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0 19:04
수정 : 2014.02.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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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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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니코시아, 난징, 그리고 판문점에서 만남이 있었다. 니코시아는 지중해의 분단국가 키프로스의 분단 수도다. 우리의 판문점에 해당하는 유엔 관할지역에서 양쪽 대통령이 만났다. 난징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1949년 분단 이후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판문점. 니코시아와 난징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키프로스의 정상회담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정상회담이 40번이나 열린 적도 있다. 그러나 분단의 원심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그리스계는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스 민족주의라는 낡은 이념이 작용했다. 그런데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남키프로스 해안에서 가스가 발견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판매할 때가 왔다. 문제는 수송로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수송로는 터키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과 통합하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라고 할까. 1974년 무력으로 섬을 침략하고, 그래서 결국 분단국으로 만든 터키와 협력해야 한다. 당연히 북키프로스의 터키계와 화해해야 한다. 금융위기를 겪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스관 사업이 가져올 이익이 낡은 민족주의를 밀어내고 있다.
적극적인 중재자도 있다. 바로 미국이다.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가 직접 섬을 방문했고, 양쪽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율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이익 때문이다. 가스 생산의 주사업자가 바로 미국 회사인 노블이다. 그리고 가스 매장 지역이 이스라엘 인접 수역이다. 키프로스의 가스가 터키~유럽의 가스관에 통합되면, 에너지를 앞세운 러시아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든다. 통일 과정에서 주변 강대국들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주목해야 한다.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이 관련국들에 이익을 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나선다. 애걸할 것이 아니다. 동참할 이익의 구조를 우리가 만들면 된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관통하는 열쇳말 역시 이익이다. 우리는 양안관계를 정경분리 모델이라고 부른다. 서로 이익이 되는 경제부터 협력해서, 상호의존성을 강화하고, 그래서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미 양안은 2010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고, 차이완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시진핑은 푸젠성에서 오랫동안 관료로 일했다. 양안관계를 잘 알고 있다. 그의 임기 동안 양안은 일국양제의 방식으로 통일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차이는 적지 않지만, 호혜의 접점이 양쪽의 차이를 조금씩 메울 것이다.
얼어붙은 판문점에서 나눈 남북한의 악수는 어떨까? 이제 시작이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관계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 생각을 바꿀 때다. 남북이 서로 이익을 나눌 수 있는 호혜의 영역이 얼마나 많은가? 니코시아에 생기를 불어넣은 가스처럼, 양안관계를 변화시킨 경제협력처럼, 이제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때가 왔다. 경제도 어렵지 않은가?
이제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분단국들은 이익을 위해 협력한다. 국내 정치만 생각하지 말고, 남북관계가 가져올 이익에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 색깔론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국내 정치의 이익과 남북관계의 이익이 선순환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일관성도 없고 연속성도 없는 허황된 담론으로 시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서로 이익을 나누는 호혜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가치를 인정할 때가 왔다. 이념의 덫에 빠진 무능한 정부가 아니라, 당면한 이익을 실현할 유능한 정부로 변신할 기회가 왔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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