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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3 18:42 수정 : 2014.02.23 18:42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독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선거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조되기 시작한 독일에 대한 관심은 독일이 흔들리는 유럽연합의 구세주로 부상하면서 ‘독일 열풍’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한때 유력 정치인들이 ‘공부’하러 독일로 떠나는 것이 유행을 이루더니, 언제부턴가 국회에 ‘독일공부모임’이 생겨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열공’ 중이라는 소문이다. 뒤질세라 주요 신문과 방송들도 연일 독일 관련 특집기사와 기획물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 “독일에서 배우다”, “독일, 미래를 이끌다” 등 대부분의 언론 기획물들은 독일의 과거를 보고 우리의 미래를 구상하자는 내용이다.

왜 하필 독일인가? 왜 독일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려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가장 유사한 문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해결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이 이루어낸 현재가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독일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독일은 한국 사회를 개혁하고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데 방향타 구실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심각한 위기는 ‘독일 모델’의 수용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될 수 있다. 예컨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과도한 사표로 인해 왜곡돼온 우리의 대의정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독일식 노동자 경영참여와 공동결정제는 우리의 비민주적 기업문화를 혁파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사회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으며, 다양한 독일식 사회복지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제도적 장치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한반도 통일에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다. 빌리 브란트가 추진한 동방정책, 특히 ‘접근을 통한 변화’, ‘작은 발걸음 정책’, ‘일방주의 지원정책’은 우리에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0년대 말 숨막히는 냉전체제를 뚫고 해빙의 새 시대를 열어젖힌 브란트의 정치적 용기, 동방정책을 계승함으로써 정파의 이해를 넘어 통일의 결실을 거둔 보수주의자 헬무트 콜의 역사적 안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면 성급한 화폐통합과 식민화 방식의 흡수통일이 초래한 사회문화적 갈등이 여전히 통일독일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셋째, 독일은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실현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현재 동북아에 감돌고 있는 갈등과 긴장은 크게 보면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일본의 과거, 한반도의 현재, 중국의 미래가 그것이다. 일본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동북아 지역 갈등의 역사적 기원을 이루고, 남북대치로 인한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동북아를 지리적으로 갈라놓고 있으며, 미래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이 동북아에 내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이 안고 있는 바로 이 세 가지 문제, 곧 과거청산, 분단, 패권주의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낸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나치 과거를 모범적으로 청산했고, 국가적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했으며,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권국가 독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을 성공적으로 불식함으로써 유럽연합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바로 이 점에서 독일 현대사는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독일은 ‘복지국가 대한민국’, ‘통일 한반도’,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실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눈여겨보아야 할 나라가 되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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