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7 19:15
수정 : 2014.02.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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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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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되는 두 개의 전투기사업, 곧 지난해의 차기전투기 사업(FX)에 이어 올해 추진되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에서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약 8조3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던 에프엑스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2년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해 8월에 3개 기종을 경쟁시켜 가격입찰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9월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방사청의 입찰 결과를 부결시키고, 그 대신 국방부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운영하더니 미국이 개발 중인 F35를 수의계약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6조~8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케이에프엑스는 지난 12년간 방위사업청과 전문기관의 검토를 마치고 올해 1월에 사업 추진이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연기시키고 2월에 국방부에 티에프를 만들어 이제껏 방사청의 업무 추진과 무관한 별도의 검토를 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이번에도 기존의 검토를 뒤집어엎는 또 다른 결정이 예고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검토 따로, 결정 따로 하는 국가의 국책사업은 그 자체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엉터리다. 방사청은 엄연히 국방부의 지침을 받는 외청 기관이다. 또한 대규모 국방무기 획득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전문기관이 사업타당성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국방부, 방사청, 합동참모본부, 각군의 의견이 모두 종합되며 모든 정책적 대안이 분석된다. 그 검토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 방향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마지막 순간에 국방부가 나서서 방위사업법 등 어떤 획득절차에도 없는 임의 조직을 만들어 모든 걸 다시 결정하는 행태는 법절차와 시스템을 철저히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더군다나 케이에프엑스의 경우는 이미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국회가 사업 착수 예산까지 승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돌연 그 정책검토와 다른 결정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면 애초 타당성 검토는 왜 했는가? 국회에 가서 이렇게 쉽게 말 바꾸는 정부 행태는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있으나 마나 한 방위사업청은 이러고도 조직과 예산을 늘려 달라고 말할 염치가 있는가? 필자는 이런 국방부의 행태에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돈줄을 쥔 기재부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국방부 일원의 붕괴된 시스템을 견제할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 케이에프엑스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은 한국형 전투기의 엔진을 단발로 할 것인가, 아니면 쌍발로 할 것인가라는 엔진 개수의 문제로 보인다. 쌍발을 선호하는 공군과 단발을 선호하는 전문기관 및 개발업체 사이에도 갈등이 보인다. 이를 통제해야 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이 의견도 들어봐라”, “저 의견도 들어봐라”며 갈등을 부채질하는 지침만 남발해 온 무능한 조직이다. 이러니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며 “나도 한칼 있다”며 개입하는 전투기 사업은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알 길이 없고 하루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날이 없다. 무엇보다 적당히 흔들어대면 이미 내려진 결정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로비스트들만 살판이다. 이러면 국책사업은 뜸이 들 만하면 누군가 불쑥 나타나 솥뚜껑 열어보는 통에 설어버리는 밥이 될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시스템이 무너진 국책사업, 지켜지지 않는 법절차, 이걸 바로 비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뭘 정상화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박근혜 정부는 비논리적인 태도와 소신 없는 행보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비단 전투기 사업만이 아니다. 누가 사업을 결정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림자 정부의 불량 정책이 널려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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