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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9 19:07 수정 : 2014.03.09 19:07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오늘날 세계의 여러 뉴스 매체에 등장하는 북한의 얼굴은 크게 셋으로 대별되는 것 같다. 하나는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동북아시아 안보 위협자로서의 북한이다. 김일성광장에서의 열병 행사 및 핵과 미사일 뉴스는 선군을 모토로 내세우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얼굴인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식량난 이래 식량과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도적 지원 대상으로서의 북한이다.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오늘도 여러 국제기구들이 북한 관련 사안으로 바쁘게 뛰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널리 부각되는 인권문제의 북한이다. 2004년 유엔 인권결의안을 근거로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임명된 이래, 지난해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가 1년에 걸쳐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2월 공개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인권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단순한 인권문제가 아닌 국제법상의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가 이 사안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보내서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아직은 조사 내용이 제한적이고 사안의 복잡성을 충분히 담지 못하여 좀 과도한 면이 있지만, 오는 5월1일에 유엔 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이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례심사를 하기로 되어 있어, 이래저래 북한 인권문제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남북한 당국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였고, 실낱같이 열린 대화의 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북한의 세 얼굴을 함께 놓고 보니 좀 헷갈리기도 한다. 핵문제 등 안보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 인도적 지원이나 인권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 대화하려 들면 핵문제나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사람들은 실망한다.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권문제로 밀어붙이는 형국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을 더 압박하는 쪽으로 갈지, 국제사회의 논의와는 약간 거리를 두고 남북한 대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쪽으로 갈지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현재 한반도의 사정은 심각하다. 안보의 면에서 남북한과 주한미군은 핵무기와 초현대식 군사력을 시위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진지한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다. 인도적 지원과 안보문제가 뒤섞여 꼭 필요한 인도적 지원조차 막혀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북한은 엄연히 존재하는 자신들의 법과 절차마저 수시로 어기며, 수사와 예심 과정에서 무차별 구타와 고문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법 집행과 정부기관의 불법 및 권한남용은 결국 북한 주민들을 체제로부터 등 돌리게 할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현안 문제에 대한 실제적 대화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북한 문제의 한 측면만 보고 다른 면을 간과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북한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해서 대화를 닫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끊어진 6자회담을 재개하고 동북아 안보협력 논의를 복원해야 한다. 북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과감하게 나서라. 또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도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무르지 말고 진지하게 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하라. 서로가 열린 태도로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는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 북한도 결국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를 위한 광폭 대화와 전면적 협상을 촉구한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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