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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2 19:05 수정 : 2014.03.12 19:05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교육부는 올해 초등교사 임용 합격자 대규모 미발령 사태를 예산 부족으로 인한 명예퇴직자 적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사 적체는 학급당 학생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의 중간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해 해결할 문제지, 무상급식으로 인한 예산 부족이라고 핑계를 댈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교육예산 부족은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확대의 무리한 추진에 있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러운 초등돌봄교실 확대 발표는 현 정부의 복지 축소와 공약 불이행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뒤에 등장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돌봄교실의 확대와 누리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예산은 은근슬쩍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으로 떠넘겼다. 무상급식 예산을 지자체에 떠맡겼듯이 말이다.

급하게 추진된 돌봄교실 예산은 올해 2월이 돼서야 일선학교로 내려왔다. 돌봄교실 공사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교실당 1500만원. 가뜩이나 교실이 부족한 도시 학교에서는 전용교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1학년 교실을 돌봄교실로 같이 쓰기 위해 봄방학 기간을 이용해 서둘러 공사를 했다.

1학년 교실에 온돌이 깔리고 1학년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사물함, 돌봄교실의 교재와 사물함이 함께 배치되었다. 돌봄교실당 수용인원은 25명, 지난해보다 5명이나 늘어났지만 담당 돌봄교사는 단 1명이다. 교육부는 오후 한시부터 다섯시까지 하는 돌봄교실은 누구나 신청하게 하고, 저녁 돌봄은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자녀들이 신청하도록 했다.

무상 돌봄이라는 정부의 홍보에 돌봄교실 신청이 쇄도했다. 교육부는 교육청에다 돌봄교실 관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청자를 무조건 받으라고 했고, 일선학교에서는 꼼짝없이 정원 25명의 돌봄교실에 27명, 30명까지 받아야 했다. 무상 돌봄교실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간식과 저녁 돌봄의 석식은 자부담이다.

무리한 돌봄교실 확대는 여기저기서 잡음을 냈다. 돌봄교실과 1학년 교실을 같이 쓰다 보니 1학년 학급 담당 교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교실을 비워야 하고, 돌봄 담당 교사는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돌봄교실을 열어야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약한 대신 호기심은 왕성하다. 그 아이들이 비좁은 돌봄교실에서 다섯시까지, 혹은 밤 아홉시까지 단 1명의 돌봄교사 아래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돌봄교실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그마저 어렵다.

비정규직 신분의 돌봄교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 말고도 틈틈이 행정 처리를 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시간에 맞춰 보내주길 요구하고, 심지어는 다섯시에 끝나면 학원 차에 태워줄 것까지 요구한다.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돌봄교실이 결국은 열악한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꼴이 되었고, 일하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돌봄은 생색내기에 그쳤다. 돌봄교실이 일하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곳이 되려면 좀더 체계적인 계획과 예산 확보가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 또 부족한 교육예산을 쪼개 학교 내 돌봄교실만 무리하게 확대하는 대신 복지부의 예산을 늘려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육도 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보육하고 교육하는 일이 정치인들의 실적 쌓기나 여론무마용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내년에는 당장 3, 4학년까지 돌봄교실을 확대한다고 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돌봄교실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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