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0 19:05
수정 : 2014.04.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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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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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무인기 소동은 한반도 전쟁에 대한 인식에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껏 남북한의 전쟁인식은 ‘방어우위’에 입각한 전쟁관이었다. 전쟁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 이래 “공자(攻者)는 방자(防者)의 3배 전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전쟁관이다. 상대방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비용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에 우리 영토를 잘 지키고 방어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게 방어우위 전쟁관이다. 그런데 이제는 긴 사정거리의 타격무기와 저렴한 민간의 무인기, 로봇, 인터넷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는 군사기술의 혁신이 도래했다. 민간기술을 활용한 군사기술은 이미 일반화되어, 미국의 전쟁학자 피터 싱어는 이를 두고 ‘전쟁기술의 평등화’라고 했다. 더 나아가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방어보다는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공격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공격우위’로 전쟁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공자가 전쟁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믿음은 1, 2차 대전 당시에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의 사상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2015년 통일대전”, “우리식 전면전 준비 완료” 등이나, 남한에서 천명되고 있는 “능동적 억제 전략”과 같은 언급들은 바로 그러한 공격적 전쟁관의 산물이다. 새로운 군사교리를 통해 방자가 아니라 공자로서의 주도권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남북한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공격적인 의도가 남북한 군사조직에 갈수록 누적되고 있고,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조금도 망설임 없는 선제공격만이 안보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전쟁관이 최근 남북 정부 양쪽에 똑같이 적용되면서 상대방의 군사위협으로 인한 국가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시작했고, 그만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 요인이 증가했다. 무언가 조금만 새로운 위협이 발견되기만 하면, 이것은 곧 상대방의 공격 신호로 인식하게 된다. 그것이 왠지 낯선 무인기가 나타나자 호들갑을 떠는 소동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방공망과 정찰체제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군 경계태세를 질타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아예 “군사적으로 기습을 당했다”며 더 비관적인 진단도 내놓았다. 아주 조잡한 수준의 소형 무인기 3대에 남한이 이렇게 큰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는 것은 북한이 적은 비용으로 상대방을 큰 혼란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즉 북한이 공격우위의 전쟁관을 더욱 확고하게 갖게 될 것이다. 보수언론과 일부 종합편성채널들이 앞다투어 공포를 조장한 결과 그 효과는 더욱 커졌다. 북한 무인기는 1990년대부터 개발되었는데, 우리는 이제야 북한 무인기를 새롭고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하게 되었으니 갑작스러운 만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조잡한 무인기는 생화학무기를 탑재한 대량살상무기로,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향해 돌격하는 자폭기로, 원전을 파괴하는 가공할 공격무기로 우리 언론에 의해 재창조되었다. 거의 매일 상상력의 공장에서 국가파멸의 시나리오는 대량생산되었고, 그 즉시 대량으로 소비되었다.
‘만들어진 공포’는 불안의 스트레스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무리 레이더를 깔고 요격부대를 강화한다고 해도 북한 무인기를 막을 대안이 없다면 북한에 더욱 공격적인 의도를 과시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20세기의 역사는 바로 여기서 비극이 발생했다는 걸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이성의 뇌가 아닌 감성의 뇌로 안전을 추구한 결과 무모한 전쟁이 발생했다는 걸. 그게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의 실상이라면, 솔직히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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