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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3 18:50 수정 : 2014.04.15 10:03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우리 정치에서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가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당의 존속은 훨씬 길다. 게다가 당은 권력의 모태다. 정당에서 길러지고 정당의 이름으로 공천된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제어할 수 있는, 즉 정당정부(party government)여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당은 거의 전일적으로 대통령에게 굴복한다. 어떤 때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소리를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굴종적 당청관계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위기를 낳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당으로선 차기 대선에 나갈 이른바 대권주자들이 움직일 공간을 열어줘야 하고, 또 그래야만 다음 선거에서 제대로 붙어볼 수 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현직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후보’는 예외 없이 차디찬 쓴잔을 마셔야 했다. 결국 대통령으로선 막강 지위를 끝까지 지키려 하고, 당은 인물과 정책에서 새로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 대선 승리와 뒤이은 예속, 그리고 임기 후반의 갈등, 요컨대 승리-예속-갈등은 여권 정치의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이다.

민주화 이후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모두 세 번이다. 첫째는 노태우-김영삼 정부다. 김영삼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즉 그가 이전의 군사정권이나 산업화 세력과 무관하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막판 홍삼 게이트 등으로 인기가 바닥이었음에도 노무현이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역시 다름에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스스로 일어섰다. 뿐만 아니라 출신·이력에서 대통령과 많이 달랐다. 셋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다. 박근혜는 세종시 수정 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등의 행보로 인해 반엠비(MB) 정서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웠다. 역시 다름 때문에 이겼다는 얘기다.

정권 재창출은 세 번 모두 현직 대통령의 통제에서 벗어난 인물이 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독자적으로 힘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의 존재처럼 당에 강한 반대 인물이 존재한다고 해서 정권 재창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현직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고 때론 맞설 수 있는 독자성과 국민적 기대를 받는 대중성을 겸비한 인물의 존재는 정권 재창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07년 당시 민주당의 패배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던 셈이다. 또 그야말로 시대 흐름이 되다시피 한 반엠비 정서에도 불구하고 2012년 새누리당이 재집권에 성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새누리당은 어떨까? 우선 이명박 정부 때의 박근혜처럼 독자성과 대중성을 갖춘 인물이 당에 없는 게 눈에 띈다. 어느 정도 독자성을 갖췄는가 싶으면 대중성이 떨어진다. 독자성은 좀 부족해도 대중성이라도 풍부하게 가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전례 없이 지지율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지, 여당 장악력도 역대 최강이다. 권위적인 스타일도 그렇거니와 당내에 포진한 친박 역시 물샐틈없는 대오를 갖추고 있다. 가히 누구도 저항하기 어려운 구도다. 임기 4년차에 총선까지 있으니 만약 그때까지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유지된다면 새누리당으로선 ‘다르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키워낼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금 여권이 누리는 강세가 다가올 절대위기를 몰래 잉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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