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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30 18:59 수정 : 2014.05.01 10:36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9% 일치하며, 쥐와도 99%가 유사하다. 언어를 담당하는 FOXP2 유전자의 경우 쥐와는 3개, 침팬지와는 단지 2개만 분자 구조가 다르다. 여러 점을 종합할 때, 인간과 짐승이 다른 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대뇌피질을 통해 이성으로 본능과 욕구를 제어한다.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 사회를 형성하여 협력한다. 거울신경세포를 통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한다. 기억의 정박과 성찰을 통해 획득된 지식과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생물학적 진화와는 비교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사회적 진화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이성은 없었다. 나라 전체가 효율성, 이윤, 결과, 속도를 앞세워 인간과 생명, 과정, 안전을 희생시켰다. 이명박은 25년이 넘은 고철배도 운항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업자는 오로지 돈만을 생각하며 선박을 개조하고 비정규직 선장을 고용하고 배의 복원력을 상실할 정도로 화물을 실었다. 소통도 없었다. 대통령은 불통을 원칙으로 포장하였고, 언론은 통제되고, 청와대, 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해양경찰, 구조팀은 서로 먹통이었으며, 선원들은 가만있으라는 방송만 일방적으로 내보냈다. 협력? 선장은 수백명의 목숨을 뒤로한 채 저 혼자 도주하였고,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로 규정하며 대한민국호에서 홀로 탈출하였으며, 관련기관의 거의 모든 책임자들이 그 긴박한 순간에도 주판알을 굴려 구조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온 국민이 기도하고 애통해하는데, 이 땅의 나리님들은 면피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서해훼리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씨랜드에서 수십수백명이 참사를 당했어도, 성찰과 대책은커녕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 우리는 짐승이 되었는가. 신자유주의와 부패의 카르텔 때문이다. 선장과 선원의 변침 실수와 무책임함, 이단종교와 청해진해운의 부조리, 재난구조 시스템의 붕괴는 이의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960만명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경영자가 극단의 이익을 얻으려 손쉽게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국민들도 시나브로 신자유주의적 탐욕과 경쟁심을 내면화하였다. 신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이명박 정권은 사회정의나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자본의 탐욕을 견제하던 착한 규제들을 풀어버렸으며, 박근혜 정권은 이를 충실히 계승하였다. 공적 영역을 쓸어버리고 국가를 사영화하였다. 국가-자본-대형교회-보수언론-어용학자로 이루어진 부패의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는데, 감시와 견제 세력은 사라졌다. 감시기관들과 언론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였고 진보진영은 괴멸되고 시민사회는 미약하다. 이런 체제에서는 만인이 생존을 위하여 짐승으로 변신하며 착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당한다. 세월호는 이런 모순이 응축된 전범이다.

전세계 언론의 조롱대로 3류 대한민국이 진화할 길은 무엇인가. 온 나라가 효율성과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것으로 대전환하고 신자유주의 체제와 부패의 카르텔을 해체해야 한다. 이를 온존시킨 상태에서는 국가안전처 또한 새로운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별로 당기 순이익의 1.5%만 투자하면 가능하므로 특수 분야를 제외한 모든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국가정보원, 검찰 등 권력기관과 신설될 국가안전처를 시민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시민 또한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는 데서 외려 행복을 찾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며 부패와 부조리에 저항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하며, 신자유주의와 부패 카르텔의 해체만이 나와 가족, 내 나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해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제2의 세월호는 필연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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