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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18 18:18 수정 : 2014.05.18 18:18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선거철이다. 색깔론을 들고나오는 후보가 있다. 이 참혹한 계절에 말이다. 하나같이 무능한 자들이다. 그리고 부패한 자들이다. 친일파들이 반공이라는 옷으로 자신의 악행을 감추듯이, 독재정권이 북풍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했듯이, 무능한 자들은 색깔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 한다.

그들은 말한다. 안보관이 의심스럽다고. 안보란 무엇일까? 국가의 영토와 주권,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과연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안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월호는, 입만 열면 안보를 말하는 자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안보에 무능한지를 확인시켜주었다. 이념의 옷에 가려졌던 무능과 부패의 민낯도 드러났다.

당신들의 안보관은 너무 낡았다. 포괄안보라는 개념을 아는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군사안보를 넘어서는 포괄안보를 추구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포괄안보와 협력안보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김대중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재난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했다. 그래서 비전통적 안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부터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애써 만든 재난관리 매뉴얼들을 파기했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포괄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전염병,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줄 아는가? 묻고 싶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안보적 가치가 있는가?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지키겠다는 말인가?

당신들은 너무 오랫동안 색깔론에 의존해왔다. 색깔론은 일방적이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성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쪽이 휘두른 북방한계선 문제는 얼마나 비열했는가? 안보를 국내 정치로만 접근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색안경을 오래 쓰고 있으면 현실을 보는 능력이 떨어진다. 산에서 발견된 문짝을 북한의 무인기라고 발표하는 국방부처럼.

이번 세월호 사태의 핵심 중 하나도 거짓 상황보고다. 해경은 엉터리 보고를 했고, 청와대는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초기대응의 기회를 놓쳤다. 긴급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조, 언제나 반복되는 인재의 공통점이다. 무능과 색깔론의 악순환, 그것이 문제였다.

색깔론은 또한 얼마나 분열적인가? 언제나 편을 가른다. 인사는 유능함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와 정부 산하기관을 차지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어떻게 저토록 무능한 사람들만 뽑을 수 있을까? 앞으로 세월호 특검이 벌어지면 경악할 만한 무능의 경쟁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바뀌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인사에서 능력을 중시하지 않는다. 다만 색깔을 중시할 뿐이다. 그리고 색깔론은 화해를 거부하고, 초당적 협력을 부정한다. 그런 안보는 또한 얼마나 허약한가?

세월호를 따라, 낡은 안보가 침몰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안보, 그러고도 안보를 말할 수 있는가? 이 와중에도 색깔론을 내비치는 자들은 얼마나 뻔뻔한가? 아직도 무능과 부패를 색깔의 모자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시스템이 아니다. 무능한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자들이 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색안경을 쓰고 말이다. 시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을.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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