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3 18:16
수정 : 2014.06.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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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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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고 결국 스타 검사이자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직격탄을 맞고 물러났다. 안대희 후보자 이전에 이미 과거 정권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박시환 전 대법관 그리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 법조인 출신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로 곤욕을 치렀다.
전관예우 문제는 비단 법조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행정관료 출신들도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구체적 사례들의 나열은 설명도 필요 없을 지경이다. 퇴직 후 자신이 검사했던 기관의 장으로 예우전근하는 사례는 아예 관례로 자리잡아 그들 사이에선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번 세월호의 비극에서 이른바 ‘해수마피아’라는 신조어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박근혜 정부가 이의 척결을 외치며 그 수장으로 선택한 총리 후보자가 안대희 전 대법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물러나게 한 것이 바로 전관예우이다. 점입가경이라 할 만하다. 전관예우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전관예우란 퇴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현직 판검사들이 봐주는 행위를 지칭한다. 행정부에서 퇴임한 공직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던 기관으로 영전하는 것도 같은 상황이다. 전관예우는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부조리이며 적폐다. 부패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관예우의 척결 없이 한국 사회는 절대로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수 없다. 이러한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전관예우 방지법은 있으나 마나 한 실정이 되어버렸다. 변호사법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1년 동안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검사장급 이상 검사나 대법관 등은 특정 관할지역이 없기에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 마지막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변호사를 개업할 수 있다. 대형 로펌들 그리고 정부와 법의 비호를 원하는 대기업들도 이들을 마음껏 예우고용할 수 있다.
전관예우 금지법은 행정관료들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윤리법과 비견해서도 너무 관대하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기업에 2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2011년 전관예우 금지법이 포함된 공직자윤리법이 만들어질 때 국회 내의 율사 출신들이 힘을 쓰면서 법조계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전관예우 혜택을 받은 후보자들을 비난하는 국회의원들의 이중적 행태에서 국민들의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제에 전관예우 금지법을 철저히 뜯어고쳐야 한다.
물론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관예우를 받을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각종 혜택과 명예도 보장받아왔다. 그러니 스스로가 더이상의 예우에 대해서는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굳건한 사회 풍조로 이어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겉모양만 번듯한 대한민국의 속이 얼마나 꼴사나운 상태인지를 스스로 들여다보게끔 하였다. 희생된 영혼들과 유가족들이 바라는 한결된 마음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새로운 나라의 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바로 전관예우 척결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정권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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