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2 18:47
수정 : 2014.07.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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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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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섬과 섬을 잇다> 북콘서트장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운 수석부지부장이 선언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문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모든 이들의 문제를 받아안고 7월30일 평택 재보궐선거에 쌍용차 해고자들이 나설 것이다.”
순간 맥맥하게 막혀 있던 앞길이 갑자기 훤하게 밝아 오는 것 같았다.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과 무자비한 강제진압을 겪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그로부터 6년 동안 감옥에서, 철탑 위에서, 대한문에서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물다섯명의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 6월11일 밀양에서 벌어진 행정대집행 때, 나는 원고마감을 핑계로 책상에 앉아 시답지 않은 글을 쓰며 하루종일 에스엔에스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밀양에 간 30여명의 연대자 속에 용산 남일당 유가족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득 그동안 희망버스에서, 강정마을에서, 대한문에서 같은 처지의 노동자, 농민들의 손을 잡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어이없게도 비참과 절망, 분노뿐 아니라 희망을 느꼈다. 그것은 7·30 재보궐선거에 ‘김득중’이 출마하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던 그 감정과 같은 것이었다. 쌍용자동차 한상균 전 지부장이 늘 말한다는 “단금지교”, 그 연대의 마음이 언젠가는 무쇠를 자를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6월28일 밤, 대한문 앞에서 노래패 꽃다지가 ‘침묵은 똥이다’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14년 전에 발표된 ‘주문’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엔 너와 나는 간데없고, 저들의 계획 속엔 너와 나의 미래는 없지”를 반복하는 그 노래는 2001년 인형극 <아기장수 우투리>의 배경 노래였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형극과 그 노래가 변화된 세상을 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느끼는 현실은 아이엠에프 이전보다 더 암울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그림자라는 것은 더 뒤에야 깨달았다.
아이엠에프 이전, 만석동 주변의 크고 작은 공장의 노동자들은 주로 1980년대에 이농한 사람들이었다. 농민에서 노동자가 된 그들은 억척스럽고 부지런했다. 일은 고되고 환경은 열악했지만 4대 보험과 학자금이 보장되었고 잔업수당은 자녀의 밥상에 가끔 고기를 얹게 했다. 그러나 아이엠에프가 끝나 되돌아간 공장은 그들을 계약직 노동자로 만들었다. 가난하지만 활기가 넘쳤던 만석동 골목에는 공동체와 이웃 대신 패배의식과 좌절, 냉소와 악다구니만 남았다. 그들은 더는 정치에 기대를 품지 않았고 자녀들에게 희망은 돈뿐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돈이 없어 변변한 학벌도 없는 그들의 자녀들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먹고살기 위해 ‘나’만 알라고 강요된 세상에서 약하고 파편화된 사람이 되어 갔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세월호’ 참사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때까지 온 것이다.
나는 김득중 후보가 국회에 꼭 입성하기 원한다. 그래서 노조 없는 일터에서 노동자 의식조차 가질 여유 없이 사는, 박근혜가 우리를 먹여 살릴 거라고 믿었던 내 이웃들이 “어! 이게 뭐지?” 하고 충격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노동자 ‘김득중’과 함께 지금보다 강해진 우리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 가면 좋겠다.
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득중이 그 일을 해줄 거라 믿는다. 그가 견뎌온 지난 8년을, 그 시간을 함께한 이들이 맞잡은 손을 믿기 때문이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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