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7.09 18:46 수정 : 2014.07.09 18:46

이범 교육평론가

<한겨레> 김의겸 논설위원이 6월25일치 ‘전교조 변해야 산다’는 칼럼을 올리자 곧바로 해직교사인 송원재 전교조 편집실장이 반박문을 올렸고, 대학생 이준희씨가 7월1일치에 ‘전교조 싸워야 산다’는 글로 합세했다. 어제는 김동춘 교수도 글을 보탰다. 그런데 서로 말이 겉도는 것 같다. 싸워야 한다는 말도 맞고, 변해야 한다는 말도 맞기 때문이다. 9명의 해직자에게 노조원 자격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내모는 황당한 상황 앞에서, 당연히 싸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략과 방식으로 싸워서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

전교조는 한통속이 아니다. 80년대 민족해방파(NL)-민중민주파(PD)의 다툼이 지금까지도 격렬하게 지속되고 있다. 정파 간 다툼만 있는 게 아니다. 전교조 로고에 적힌 ‘참교육’을 국가제도 수준이 아닌 학교현장에서 구현해보려는 경향이 전교조 내에 존재해왔다. 나는 이를 ‘전교조 비주류’라고 부른다. 전교조 비주류는 ‘학교개혁’과 ‘수업개혁’이라는 두 흐름을 이루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학교개혁’ 흐름은 2000년대 들어 경기도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양평 조현초등학교 등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들을 부활시키면서 혁신학교의 전사(前史)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전교조 비주류 활동가들을 만나보면 주류에 대한 섭섭함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할 때만 도와달라고 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숙원사업 실현이나 제도개선 요구를 등한히 했다는 것이다. 그럼 그동안 주류는 뭘 했을까? 비주류가 ‘우리부터 바꾸자’고 하는 동안, 주류는 ‘쟤들이 잘못했어요’로 일관했다. 전국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교원평가, 교원성과급, 일제고사 등에 대한 반대 투쟁을 벌여온 것이다. 제발 오해하지 말기를. 이것들에 대해서는 나도 다 반대한다. 다만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차원이 아니라 이것이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학벌사회론과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론이 득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것은 처음에 민중민주 계열에서 들고나왔지만, 민족해방 계열이 이에 맞설 만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곧 전교조의 주요한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주요한 교육문제들이 학벌사회와 대학체계 때문이라고 해석되는 만큼, 교사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 책임과 행동을 요구하기는 자연히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내 탓’이 아닌데 뭐.

여기에 전교조의 내부 사정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조합원이 증가하면서 진보성의 농도가 희석된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솔선해서 뭘 바꿔보자’고 얘기했다간 위원장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격렬하게 경쟁하는 두 정파가, 이 구조에 갇혀 사실상 한길로 갔고 이것이 곧 주류의 습성으로 굳어졌다.

비주류는 이미 분화되기 시작했다. 학교개혁 흐름은 ‘새로운학교네트워크’라는 사단법인으로 모였다. 여기에는 전교조 조합원이 많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 이 단체의 대표는 대표적 혁신학교인 판교 보평초등학교의 서길원 교장이다. 나는 서길원 교장이 교사의 윤리적 실천과 ‘윤리적 공동체’로서 학교의 재구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전교조가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것은 바로 20여년 전 ‘촌지 안 받기’로 대표되는 윤리적 실천을 통해서가 아니었나. 그런데 지금 ‘쟤들이 잘못했어요’로는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을, 신자유주의가 역설적이게도 윤리적 실천의 복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전교조 지도부가 이해하고 있을까?

이범 교육평론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