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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15 18:27 수정 : 2014.07.15 18:27

이원재 경제평론가

두 종류의 전기가 있다. 하나는 거대한 발전소에서 자원을 태우면서 만든 전기다. 화력일 수도 원자력일 수도 있겠다. 다른 하나는 아낀 전기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만든 전기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전기일까? 어느 전기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닐까?

어느덧 다시 여름이다. 블랙아웃의 기억은 아직도 머리에 선하고, 더위에 때맞춰 여기저기서 절전 구호가 난무한다. 공공기관도 민간 상업시설도 냉방 온도를 여러 방법으로 규제받는다. 곧 공직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부채질하는 가운데 사무실을 지키며 시민들을 맞이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절약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전력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올해 초 발표된 전기소비는 2005년에 견줘 40%나 늘어났다. 정부의 5년 전 예측치보다도 9%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일부 수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원자력발전소를 끊임없이 늘릴 계획이다. 위험성은 알지만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시민들이 두 가지 큰 비용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발전소를 늘리는 데 따른 비용이다. 경제적 비용은 오히려 감내할 만하다. 간단히 계산되지 않는 비경제적 비용은 우리 삶을 직접 위협한다. 가장 빠르게 비중을 늘리고 있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은 엄청나게 위험한 사고 가능성도 함께 늘리고 있다. 또한 송전을 위해 전력선을 설치해야 하므로 끊임없이 사회갈등을 만들어낸다. 밀양 송전탑에 밀려난 지역주민들의 모습은 우리가 발전소 증설에 따라 치러야 할 비경제적 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용은, 그럼에도 여전히 ‘덥다’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전력사용을 억제하다 보면 꼭 필요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이 여기저기서 생기기 마련이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용 전력소비, 즉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줄이는 데 힘을 덜 쏟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산업용 전기는 2012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4%씩 소비가 늘었다. 가정용 및 상업용은 연 1.2%씩만 늘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산업용이 60%를 넘는 반면 가정용 및 상업용은 합해 20%가 넘지 않게 됐다.

여기다 전력사용에는 보상이 있지만 절약에는 보상이 미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전기요금은 보상을 말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용할수록 어쨌든 남는 장사다. 특히 기업의 경우 기술혁신이나 공정혁신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전력 수준을 낮추는 데 관심을 갖기는 힘들다.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사업은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수요반응 기업 ‘에너녹’의 사업모델은 기업이 절약한 전력을 사들여 전력시장에서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전력시장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발전소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그 전력이 발전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절약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2003년 미국에서 문을 연 에너녹은 창업 10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최대 에너지관리회사가 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발전소를 짓지도 자원을 태우지도 않고 절약해서 만든 전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소비자에게는 발전소에서 나온 것과 같은 전기이니 같은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발전소 증설 등에 따른 위험과 비용이 줄어드니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다.

무작정 발전소를 늘리거나 절약을 강요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절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원재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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