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9 18:40
수정 : 2014.08.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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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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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자, 신체허약자, 우울증 환자, 자살기도자, 언어지체 및 소통장애자, 염세주의자 등등.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일컬어 관심병사라고 한다. 지금 한국군의 병영이 이들을 처리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 군단장은 필자에게 “병영에는 이미 도화선에 불이 붙은 폭탄이 존재한다”며 “조직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이 심각한 이유는 병영에서 전우들이 사랑으로 감싸줄 가치가 없는 ‘구타 유발자’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수행해야 할 임무와 잡일이 산적한 최전방의 병영은 조직의 낙오자를 배려할 만한 잉여자원이 없다. 항상 피로에 젖어 있는 집단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을 배제하거나 처벌한다. 그 수단은 구타나 가혹행위, 없는 인간 취급하기, 왕따시키기와 같은 수법들이다. 처음에는 이런 집단 따돌림에도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것은 집단의 습관이자 문화가 되었다. 그 결과 개선하고 훈련시키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개인도 단지 후임병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대와 처벌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집단은 어떨 때는 비정상적 개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이코로 불리는 선임병은 이런 병영문화를 가학증적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상대가 비명을 울리고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이상 성격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구타나 가혹행위 사건을 보면 반드시 성적 희롱도 동반한다. 살해된 윤 일병은 폭행뿐만 아니라 성적 희롱도 당했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헌병대의 조사를 받은 것도 구타와 성적 폭력의 두 가지 혐의다. 단순히 관심병사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관심병사를 처벌함으로써 집단이 쾌감을 느끼는 가학증적 속성이 두드러질 때 그것은 전체주의의 출현이다. 이런 파시스트들은 국가의 애국심까지 교묘하게 활용한다. 국가와 군대라는 집단의 가치는 너무나 숭고한 것이라서 개인의 기본권은 당연히 유보될 수밖에 없다는 자기정당화 없이 전체주의는 완성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는 존재해도 군대의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이런 군대가 갖고 있는 정신적 권위는 바로 ‘정상적 국민’이라는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데 있다. 얼마 전까지 무정자증이나 발기부전 환자가 현역을 면제받은 이유가 이것이다. 생식이 불가능하다면 정상적인 남성이 아니고 그러면 ‘대한민국의 건강한 국민’이 아니라는 의미다. 혼혈아나 고아, 중졸 이하의 학력자도 병역에서 배제되었었다. 이렇게 비정상 국민을 분류하는 과정이 바로 한국 징병제의 본질이었으며, 군대가 사람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기준이었다. 이것이 단지 군대만의 문제였을까? 그렇지 않다. 언론이 특정인을 마녀사냥하거나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성적 소수자, 탈북자, 외국인,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차별하는 그런 한국 사회의 속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소수 약자를 끊임없이 색출하고 약탈하고 차별하거나 특정 지역, 특정 출신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게 용인되고 권장되는 게 바로 정상과 비정상을 분리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가학증적 욕망의 출발이다. 여기에 언론은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실패의 책임은 개인 몫으로만 돌려지는 그런 사회에서 사회학자 오찬호의 말대로 20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도덕적 경계선이 조금만 더 희미해지면 우리의 차별 본능이 전체주의에 대한 열광적 지지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런 현상이 바로 1930년대에 독일에서 대중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적인 바이마르공화국의 헌법이 붕괴된 사연이다. 지금 우리 군대가, 사회가 그렇지 않은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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