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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02 18:24 수정 : 2014.09.02 18:26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서 ‘탈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술수를 쓰고 비열한 프레임들을 가동했다. 그 가운데 제일 못된 것은 막말들의 퍼레이드이지만, 종편을 매개로 자영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파고든 것은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가 죽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말에 엮어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들이민 프레임이 “세월호 대 민생”이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어렵게 살린 경제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고 거기에 조중동이 맞장구치며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 운운하고 최근엔 마침내 “세월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최경환 부총리는 민생법안과 세월호 특별법 분리처리를 외치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프레임에는 삼중의 기만이 자리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새누리당은 민생이라는 단어를 끼고 살았다. 민생을 파괴할 때도 그 단어만은 붙잡고 늘어졌고 그래서 그들이 그 단어 사용하는 것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데까지 끌고 갔다. 그것은 정치집단으로서는 영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것과 실제로 민생을 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 점을 “부자감세 철회”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이나 쥐꼬리만큼 인상한 최저생계비가 잘 보여준다.

다음으로 놀랍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들이 “민생”을 말한다는 것이다. 민생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살림살이다. 그리고 그 토대는 살아있음이다. 세월호 참사는 민생을 떠들어온 그들이 목숨조차 위태롭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죽했으면 잠시나마 부끄러워하며 해경을 해체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말했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끈기있게 민생을 입에 올리고 민생이란 단어를 안전이나 생명이라는 단어와 격리하는 데까지 끌고 가고 있다. 더 이상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세상이 민생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말하는 ‘민생법안’이 도대체가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법안인가 하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하며 박 대통령이 제·개정을 주문한 중점 민생법안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자본시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주택법, 주택도시기금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폐지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크루즈법(맙소사!), 마리나항만법 등이다. 개괄적으로 살펴보아도 이런 법들은 창조경제의 민낯이 ‘숙박과 도박’ 그리고 ‘삽질과 공구리’이고 후자를 위한 토대가 또다른 부자 감세와 가계부채 증대임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이런 법안들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민폐법안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익숙한 레퍼토리의 재탕이다. 창조에 걸맞은 ‘새로운’ 것이 있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담고 있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과 의료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원격진료 등인데, 이런 법안들은 사실상의 의료민영화와 몇몇 대형병원들의 ‘전국구화’를 기획하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가 오고 있다지만, 이미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린 세계 1위의 노인자살률은 길어진 수명의 처참함을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법안들은 그 인생 100세 시대를 저주의 문턱까지 끌고 가고 있다. 스트레스 아니면 트라우마인 게 대한민국인 실정이지만, 거기서 탈출할 수 없는 대다수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릴 수 없는 배다. 그런데 그 배가 지금 의료민영화 속에서 세월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민생 민생거리며’ 세월호 특별법 정국을 바로 이런 더러운 법안들이 검증을 회피할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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